엄마의 몸은 테러범 총알 막는 방패가 됐다

입력 2015-11-19 20:29

테러범들의 무자비한 총알도 모정(母情)은 뚫어내지 못했다. 지난주 프랑스 파리 테러 사건 때 89명의 희생자를 낸 바타클랑 극장에서 5살 아이가 ‘인간 방패’로 나선 엄마와 할머니 덕분에 극적으로 살아남았다고 현지 일간 르프엥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르프엥 등에 따르면 테러범들이 모두 진압된 뒤 구급대원들이 희생자들을 극장 밖으로 하나둘씩 후송했다. 그런데 온통 피범벅이 된 30대 여성과 바로 옆의 60대 여성의 몸을 들어올리자 그 아래에 역시 온몸에 피가 흥건한 5살 남아 루이가 발견됐다. 다행히 피투성이 아이는 꿈틀거리고 있었다. 구급대원들은 아이가 총을 맞았다고 생각해 신속히 병원으로 데려갔다. 그런데 병원에 가서 보니 그 피는 아이가 흘린 게 아니라 엄마와 할머니의 피였고 아이는 멀쩡했다.

범인들이 총을 난사하자 엄마 엘사 델프라스(35·사진)와 할머니 파트리시아 산마르틴(61)은 본능적으로 루이를 자신들의 품으로 끌어당겼고, 총을 몇 차례 맞으면서도 품에서 아이를 놓지 않았다.

이런 이야기는 엘사의 친구인 시엠 수이드가 언론에 공개해 알려졌다. 그녀는 “엘사가 필사적으로 아들을 구해냈다”며 “엘사에게 루이는 빛과 같은 존재였다”고 말했다. 또 “엘사는 늘 미소를 잃지 않았고, 자원봉사도 열성적이었으며 첼로 연주 실력도 수준급이었다”면서 그녀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엘사는 평소에도 이타적이고 의협심이 강한 여성이었다고 한다. 시엠은 “엘사의 그런 태도는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독재로 칠레를 떠났던 어머니의 피를 물려받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손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