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가 유럽 강호 네덜란드와 맞붙는다면? 상상 속 대결이 아니다. 올해 A매치 일정을 16승3무1패로 기분 좋게 마무리한 ‘슈틸리케호’가 내년 네덜란드를 상대로 진정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지난 17일(한국시간)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라오스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G조 6차전에서 5대 0 대승을 거두고 19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쾌조의 6연승(승점 18)을 거두고 G조 선두에 오른 한국은 최종 예선 진출의 9부 능선을 넘었다. 하지만 내년 8월부터 시작되는 러시아월드컵 최종 예선은 2차 예선과는 차원이 다르다. 12개국이 최종 예선에서 두 개조로 나뉘어 팀 당 10경기를 치러야 한다. 만만한 상대는 없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A조), 호주(B조), 카타르(C조), 이란(D조), 일본(E조), 태국(F조), 북한(H조)이 각 조 1위에 올라 있다. 각 조의 1, 2위 4개 팀이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직행한다. 각 조의 3위 팀은 맞대결을 벌여 승리한 팀이 오세아니아주의 1위 팀과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한국은 최종 예선뿐만 아니라 본선도 준비해야 한다. 이제 강호들과 맞붙어 객관적인 전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내년 6월 초에 예정된 A매치 주간은 좋은 기회다. 슈틸리케 감독은 귀국 후 “아시아권에선 실력을 입증했다”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5위 이내의 팀과 평가전을 하고 싶다. 그 중에 네덜란드나 덴마크, 스코틀랜드 같은 팀과 경기를 해도 좋을 것이다. 대한축구협회가 6월에 좋은 평가전 상대를 섭외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FIFA 랭킹 16위 네덜란드와 35위 덴마크, 44위 스코틀랜드는 모두 내년 6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유로 2016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모두 한국보다 강하거나 대등한 전력을 갖춘 팀들이다. 특히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의 모국인 네덜란드는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아르연 로번(31·바이에른 뮌헨)을 중심으로 탄탄한 수비와 날카로운 역습을 무기로 3위에 오르는 이변을 일으켰다. 그러나 유로 2016 조별 예선에서 세대교체 실패, 주력 선수들의 노쇠화, 핵심 선수들 부상 등으로 고전하며 체면을 구겼다. 네덜란드는 대대적인 대표팀 개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네덜란드의 평가전이 성사된다면 ‘슈틸리케호’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드러날 수도 있다.
한국은 네덜란드와 두 차례 A매치를 벌여 2패를 기록 중이다. 1998년 6월 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네덜란드에 0대 5로 패했으며, 2007년 6월 2일 서울에서 열린 평가전에선 0대 2로 졌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기세등등 슈틸리케호, 내년엔 ‘오렌지 요리’… 네덜란드와 평가전 추진
입력 2015-11-20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