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문명을 테러하다] 주요 강대국 ‘격퇴’ 손잡았지만… ‘어떻게’엔 딴마음

입력 2015-11-19 22:19
러시아 국방부가 18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에서 러시아 공군 Su-34 폭격기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석유 운반 차량들을 공습하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IS가 운영하는 정유시설을 폭격해 검은 연기가 솟구치는 모습. 프랑스 파리 테러 이후 러시아를 비롯해 미국과 프랑스, 영국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의 IS에 대한 공격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기 위한 국제공조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IS 격퇴를 위해 오는 24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오는 2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잇따라 만날 계획이다. 또 러시아는 프랑스와 함께 유엔 안보리에 IS 격퇴를 위한 결의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도 중국인이 처음으로 IS에 살해당한 사실이 드러나자 IS 격퇴를 위한 국제공조를 촉구했다. 미국과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등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뿐 아니라 독일과 일본 등 세계 주요 나라가 공통의 적을 상대하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그러나 IS 격퇴전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지, 시리아 내전을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 근본주의를 부추기는 이슬람의 내부 개혁을 어떻게 유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각국의 입장과 이해가 달라 컨센서스가 쉽게 형성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IS 격퇴전을 위한 국제공조의 핵심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협력 수위에 달렸다는 게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주요 언론이 전하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게라드 아라우드 주미 프랑스 대사는 18일 미 MSNBC 방송에 출연해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가 IS라는 공통의 적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서로 손을 맞잡고 협력해야 한다”며 “1년6개월이나 2년을 기다릴 수 없고,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퇴출 우선 대상이 알아사드냐 IS냐=국제전략연구소 에밀 호카옘 선임연구원은 “IS를 물리치려면 수니파 제 세력의 결집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이 전제돼야 한다”며 “미국과 러시아가 알아사드 대통령 퇴진에 합의를 하면 수니파 제 세력이 힘을 합쳐 IS를 물리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의 보안전문가 키릴 카바노프는 미국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퇴진과 IS 격퇴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자국민 학살을 자행한 알아사드 대통령을 퇴진시켜 시리아 내전을 종식시키려면 알아사드 정권의 후원자인 러시아와 이란을 설득하기 위한 외교전에 주력하든지, IS 격퇴를 최우선 순위로 둔다면 알아사드 정권을 인정하는 선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IS 격퇴보다 알아사드 정권을 비호하는 푸틴 대통령과 손을 잡는 것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과격한 극단주의 부추기는 이슬람 근본주의를 개혁해야=반푸틴 활동을 벌이다 러시아 하원에서 제명된 게나디 구드코프 전 의원은 “IS 같은 과격한 극단주의자들을 부추기는 세력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인데 이들은 시리아가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페르시아 만 국가들에 널리 퍼져 있다”고 지적했다. 프린스턴 대학의 아마니 자말 교수는 “서방의 정치지도자들이 이슬람 지도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극단주의를 배격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신앙을 가르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러시아의 초토화 전술도 참고할 만=미국이나 러시아가 주도하는 공습은 주로 이라크 첩보요원들의 부실한 정보를 토대로 하는 데다 선량한 시리아 국민들의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IS에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러시아와 이스라엘의 일부 전문가들은 잔인한 IS에 맞서려면 더 과감한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한때 러시아가 체첸에서 지하디스트들을 격퇴하기 위해 마을을 통째로 불태우고 가족과 친척들을 억류하는 초토화전략을 구사했는데 이런 방안을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수장을 지낸 샤브타이 샤비트는 지난 15일 이스라엘 라디오 방송에서 “1년 넘도록 IS와 싸우고 있는 다국적군은 이제 말을 그만하고 행동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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