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의 세 번째 ‘응답하라’ 시리즈인 ‘응답하라 1988’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88년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은 그 드라마를 보면서 과거로 추억여행을 떠난다. 추억은 대부분 아름답게 포장된다. 이 포장은 정신건강상 우리에게 매우 유익하다. 만약 추억이 어둡게 포장된다면 현실의 아픔과 고통 속에서 우리를 위로해 줄 비상구 하나가 폐쇄되는 것이다.
한 번은 지인에게 “만약 10년 또는 20년 전으로 갈 수 있다면 돌아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주저함 없이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 이유는 현재가 너무 좋기 때문이란다. 나 역시 같은 마음이다. 그냥 현재가 좋다. 그리고 추억은 늘 아름답게 남길 바란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다. 과거의 내가 모여서 현재의 내가 있고 현재의 내가 모여 미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나에게 중요한 것은 내일의 희망을 향해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오늘을 누리며 사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어떠한가. 피하고 싶거나 인생에서 지워버리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운 시간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피할 수도 건너뛸 수도 없다. 현재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시간이고 감당해야 할 나의 몫이다. 이 시간에 주어진 현실을 원망하고 낙심하면서 살아간다면 우리의 과거는 늘 지우고 싶을 만큼 어둡게 기억될 것이다.
성경의 인물 가운데 요셉만큼 파란만장한 삶을 산 사람도 없다. 그는 어린 나이에 형제들에 의해 애굽의 노예로 팔려간다. 애굽의 군대장관 보디발의 집에서 인정을 받아 집사장에 오르지만 보디발의 아내로 인해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쓰고 지하 감옥에 무기수로 갇힌다. 하지만 성경 어디에도 요셉이 지난 과거를 원망하거나 현재의 상황을 탓하고 있는 장면은 찾아볼 수 없다.
그는 어느 자리에 있든지 항상 주어진 현실에서 최선을 다했다. 보디발의 집에서 노예로 일할 때에도 지하 감옥의 죄수로 있으면서도 그는 현재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만약 그가 지난 일에 매여 신세한탄만 하고 있었다면 그의 인생은 지하 감옥에서 끝나고 말았을 것이다.
창세기 45장에 보면 요셉이 훗날 애굽의 총리가 되어 형제들을 대면하게 되었을 때에 두려움에 떨고 있는 형제들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당신들이 나를 이곳에 팔았다고 해서 근심하지 마소서 한탄하지 마소서 하나님이 생명을 구원하시려고 나를 당신들보다 먼저 보내셨나이다.”
요셉은 형제들이 과거 자신에게 한 짓을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일로 해석하고 받아들였다. 요셉이 자신의 과거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은 전능하신 하나님이 언제나 함께 하셨음을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지워버리고 싶을 만큼 힘든 과거라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고 형제들과 화해할 수 있었다.
만약 요셉에게 “과거로 돌아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그 역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답했을 것이다. 현재에서 하나님과 함께 해결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현재의 시간에 최선을 다하며 사명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현재가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현실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나를 도우시는 하나님께서 현재에도 나와 함께 하시고 나의 미래도 책임지실 것을 믿어야 한다. 이것이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이다.
이창교 목사(창원 상남교회)
[시온의 소리-이창교] 응답하라 2015
입력 2015-11-19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