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후쿠타케 소이치로 “섬에 일류 미술작품 모았더니 젊은층 몰려와 활력 되찾았다”

입력 2015-11-19 20:38
후쿠타케 소이치로 후쿠타케재단 이사장이 17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잿빛 폐허 나오시마가 예술의 섬으로 재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2012년 몽블랑국제문화상, 2013년 문부과학대신상을 수상했다. 곽경근 선임기자

일본 가가와현 세토나이카이(內海)의 주요 섬인 나오시마는 전 세계 미술학도와 관광객은 물론 재개발 사례를 벤치마킹하려는 행정가들의 순례지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고도경제 성장시대가 지나면서 용도 폐기된 구리제련소가 흉물스럽게 방치된 잿빛 폐허의 섬이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베네세하우스, 지추(地中)미술관, 이우환미술관 등 독특한 개념의 현대미술관이 차례로 들어서며 예술의 섬으로 재탄생했다.

나오시마의 오늘을 이끈 주역인 후쿠타케 소이치로(70) 후쿠타케재단 이사장(베네세홀딩스 최고고문)이 서울시 초청으로 방한했다. 17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오전에 박원순 시장을 만났다는 그는 “서울을 문화도시로 만들고 싶어 하는 열정이 느껴지는 분”이라고 인상을 전했다. 논란을 빚고 있는 서울역 고가도로의 공원화 사업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는 “도쿄도 마찬가지이지만 편의성만 좇아가면 잃을 것이 많다. 리더가 되는 사람은 다소 반대가 있더라도 모두를 위한 길이라면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나오시마와의 인연은 그의 나이 40세에 부친이 갑작스럽게 타계한 것이 계기가 됐다. 교육전문기업인 베네세코퍼레이션을 운영하던 부친은 기업을 물려줬지만 또 다른 숙제를 남겼다. 회사 본부가 있던 오카야마현과 가까운 나오시마에 청소년캠핑장을 완성하는 것이다. 부친의 숙원 사업이었다.

와세다대 기계공학과를 나온 그가 나오시마에 어떻게 예술을 심을 생각을 하게 됐을까. “캠핑장을 짓기 위해 이곳을 자주 오갔다”는 그는 “국가 행정력이 미치지 못해 섬이 방치되는데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게 원동력이다”라고 했다. 인근 테시마섬에는 아예 산업 쓰레기가 불법 투기됐다. 그는 자신의 일을 ‘레지스탕스’라고 표현했다. “국가를 상대로 무기를 가지고 싸울 수 없으니 현대미술을 무기 삼았다”는 설명이다.

나오시마에는 일본 건축가 안도 타다오, 미국 작가 제임스 터렐, 일본 작가 구사마 야요이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인의 작품이 집약돼 있다. 명품에 기댄 게 아니냐고 물었다. “처음부터 일류 작품을 모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일류 작품에는 일류 메시지가 있고, 그래야 더 많은 사람을 끌어당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현대미술 작품을 보기 위해 섬으로 젊은층이 몰려오면서 놀라운 변화를 목격했다”며 “지역주민들, 특히 노인들의 표정이 생기를 띠는 등 섬 전체가 활력을 되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0년부터는 나오시마를 비롯한 12개 섬에서 바다미술제인 세토우치국제예술제를 3년마다 열고 있다. 주민들이 작가들의 작업 과정을 도와주고 작품에 대해 관람객에게 설명하는 도슨트 역할을 하는 등 지역민과 소통하는 축제로 정평이 나 있다. 2010년 1회 때 93만명, 2013년 2회 때 107만명이 다녀갔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