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이 시기 문제만 남았을 뿐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방북 시기에 대한 외신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우리 정부와 유엔도 이를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고 있어 타결이 임박했다는 관측이다. 잇단 다자 정상회의가 진행 중인 미묘한 시기에 반 총장이 방북을 추진하면서 그 배경과 성과에 국내외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 신화통신 영문판은 18일 북한 조선중앙통신 관계자를 인용해 반 총장이 23일부터 나흘간 북한 평양을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반 총장이 항공편으로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지만 북한 고려항공편을 이용할지에 대해선 답변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통신은 방북 시기를 24일로 보도했다가 곧바로 23일로 정정하면서 “구체적인 일정을 확정하는 단계에 있다”는 조선중앙통신 관계자 말을 인용했다.
이에 대해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반 총장이 다음 주에 북한을 방문하지 않을 것”이라며 신화통신 보도를 부인했다. 하지만 지난 16일 첫 보도 이후 한 번도 방북 사실 자체를 부인하진 않고 있다.
당초 해당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우리 정부도 ‘노코멘트’로 입장을 바꿨다.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반 총장 방북에 대한 의원들 질문에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것)로 일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과 정부가 반 총장의 방북에 대해 NCND 입장을 취하는 데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와의 일정 조율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만남이 이뤄졌을 경우 서로에게 줄 합의 사항을 사전 조율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발표 시점을 통한 방북 효과 극대화를 노리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따라서 22년 만에 유엔 사무총장을 맞이하는 북한이 어떤 정책 비전을 밝힐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핵 6자 회담 복귀 여부 및 북한인권법 등에 대한 항변, 남북 간 현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성과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우선 시기가 미묘하다. 올 하반기에는 다자 정상회의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끝나자마자 이날부터 필리핀 마닐라에서 다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시작됐다. 21일에는 ‘아세안+3’ 정상회의가, 22일에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및 한·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린다. 이란 핵 협상 타결 이후 대북 공세가 높아지는 시점에서 반 총장의 방북이 논의되는 사실 자체가 이례적이다.
반 총장이 한국인이라는 사실도 기대감을 키운다. 전임자인 코피 아난 총장은 수차례 방북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반면 반 총장은 지난 5월에도 개성공단 방문이 성사 직전까지 가는 등 북한이 두 번째로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상태다. 북한으로선 한국인인 반 총장을 적극 활용하려 들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북한이 36년 만에 내년 당 대회(7차)를 열기로 한 점도 관심을 끈다. 북한은 그동안 당 대회 때마다 중요한 정책 변화를 발표해 왔다. 북한 전문가인 뤼디거 프랑크 오스트리아 빈대학 교수는 최근 북한이 이번 당 대회에서 개혁·개방 노선을 밝힐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반기문 방북, 유엔은 부인 왜?… 中 신화통신 “23일부터 나흘간 평양 방문” 보도
입력 2015-11-19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