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를 이기는 파리 시민들] “나는 테라스에 있다”

입력 2015-11-18 22:27 수정 2015-11-19 00:19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의해 연쇄 테러가 발생한 지 나흘이 흐른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내의 레스토랑과 카페테라스에서 시민들이 점심 식사를 즐기고 있다. 파리 시민들은 희생자를 기리면서도 일상의 평화를 되찾는 것이 테러에 저항하는 그들만의 방식이라고 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파리 시민들은 다시 카페테라스로 나갔다. 자유와 평화를 위협하는 누군가를 조롱하듯 빵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서로의 일상을 이야기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급진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테러범들이 총구를 겨누었을 때도 시민들은 카페테라스에서, 레스토랑에서 먹고 마시며 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을 즐기고 있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18일 테러 위협에 대처하는 파리 시민들의 모습을 전했다. 지난 1월 풍자주간지 ‘샤를리 엡도’가 이슬람 급진주의 무장세력의 공격을 받았을 때 “나는 샤를리다(Je suis Charlie)”라고 외쳤듯이 지금 프랑스인들은 “나는 테라스에 있다(Je suis en terrasse)”고 외치고 있다.

프랑스는 여전히 지난 13일의 충격에 동요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날 목숨을 잃거나 다친 자신의 가족과 친구를 떠올리고 있다. 대화는 어둡다. 하지만 슬픔에 잠겼던 거리는 깨어나고 있다. 레스토랑 ‘므슈 블루’는 공지를 통해 “그들이 무너뜨리려 한 것은 우리의 삶의 방식이었고, 파리의 정체성과 문화였으며, 더불어 사는 행복이었다”면서 잠시 추모의 시간을 가진 뒤 시민들에게 평소처럼 저녁을 즐기도록 독려했다.

카페에 앉아 있던 60대 여성 마리 테레즈는 “삶을 멈출 수는 없다. 우리는 서로에게 ‘만약 오늘 테라스에 나가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그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테라스에서 맥주잔을 홀짝이며 음악을 즐기고 있던 한 시민은 “지금 우리가 하는 이 단순한 행동은 테러리스트들이 프랑스의 심장을 손에 넣을 순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사람들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테라스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진을 계속해서 올리고 ‘나는 테라스에 있다’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테라스에 앉아 있는 것은 파리 시민들이 희생자들의 몫까지 삶을 즐기고, IS에 저항하는 방법이었다. 밤이 어두워지면 에펠탑이 빨강, 하양, 파랑의 빛깔로 반짝이며 또 다른 저항의 메시지를 던질 것이다.

이날 파리 북부 외곽 생드니에서는 경찰이 테러 용의자 압델하미드 아바우드(27)를 쫓는 과정에서 용의자 2명이 숨지고 용의자 7명은 체포됐다. 용의자 한 명은 스스로 폭탄을 터뜨려 목숨을 끊었고, 또 다른 한 명은 수류탄 공격에 숨졌다. 또 총격전을 벌이던 경찰관 5명이 총상을 입었다. 전날 밤 비디오 판독 과정에서는 9번째 용의자가 새롭게 드러났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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