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비롯해 미국과 러시아 등이 시리아에 근거지를 둔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공격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지만 지상군 없이는 IS를 제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아울러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먼저 축출되지 않을 경우 자칫 내전만 격화돼 사태가 오히려 더 꼬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AP, AFP통신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까지 연 사흘째 IS의 수도 격인 시리아 라카를 공습해온 프랑스는 향후 미국과 러시아, 영국 등과 공조해 공격을 한층 강화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다음주 미국과 러시아를 차례로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동할 예정이다.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이날 의회에 시리아 내 IS 공습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중동 인근에 있는 미국의 해리 트루먼 항공모함과 프랑스의 샤를 드골 항공모함도 IS 공격을 위한 공조에 나설 것이라고 미 디펜스뉴스가 보도했다.
강대국들이 모두 IS 격퇴에 나서지만 그렇다고 IS가 조기에 척결되리란 보장은 없다. 서방국가들이 지금까지 ‘공습’에만 초점을 맞춰온 것은 시리아 라카나 IS가 2년째 장악중인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에 각각 수십만명에서 100만명에 이르는 민간인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밀타격이 가능한 공습 위주의 공격만 해온 것이다. 하지만 라카 현지 활동가들에 따르면 프랑스의 지난 15일 첫 공습이 대부분 ‘빈 건물’만 파괴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일련의 공습이 IS에 이렇다 할 타격을 주지 못하고 있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도 프랑스가 3일간 공습했지만 IS 조직원은 33명 정도만 숨졌다고 밝혔다.
때문에 지상군 투입 없이는 사실상 ‘전과(戰果) 없는 공습’만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브루스 리델 선임연구원도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 “지상군을 투입해 라카와 모술에서 IS를 대체하는 새로운 통치체제를 출범시켜야 IS를 몰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상군을 투입해도 시아파인 알아사드 정권이 퇴출되지 않으면 역시 효과적으로 전쟁을 치르기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시리아는 인구의 75%가 수니파이고, 반군 대부분도 수니파여서 서방의 지상군이 투입돼도 이들의 협조 없이는 지상전을 펼치기가 어렵다. 그런데 이들은 알아사드가 물러나지 않으면 절대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알아사드가 물러나면 수니파 반군을 중심으로 지상군을 꾸린 뒤 IS를 격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지역에 미군의 투입을 꺼려온 오바마 대통령도 알아사드의 축출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하지만 알아사드와 우호 관계인 러시아나 시아파 맹주인 이란은 그의 축출을 반대하고 있다. 때문에 러시아의 안보 전문가인 키릴 카바노프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러시아, 이란과 함께 ‘IS보다는 덜 나쁜’ 알아사드를 지원해 IS를 몰아내게 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IS를 조기에 몰아내기에는 이미 때가 늦었다는 시각도 있다. IS는 현재 이라크나 시리아는 물론 이집트와 리비아, 아프가니스탄까지 폭넓게 형성돼 있어 전선이 너무 넓어졌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로 “알카에다를 무력화하는 데 10년 이상 걸렸듯, IS를 퇴출하는 데에도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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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19 00:34 수정 2015-11-19 1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