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수 김신혜 복역 중 첫 재심 결정… “아버지 죽이지 않았다” 무죄 주장 15년 만에

입력 2015-11-18 21:42
친아버지 살해 혐의로 15년8개월째 복역 중인 무기수 김신혜씨가 18일 재심 결정이 발표된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친아버지 살해 혐의로 15년째 복역 중인 무기수 김신혜(38·여)씨에 대해 법원이 재심을 결정했다. 대법원의 확정판결 이후 복역 중인 무기수에 대한 첫 재심 결정이다.

수사 및 재판 과정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감옥에서 복역 중인 사람들에게는 이번 결정이 큰 희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지법 해남지원(재판장 최창훈)은 18일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존속살해)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복역 중인 김씨의 청구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수사과정에서 경찰관의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 작성 등이 발견돼 재심 개시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특히 김씨의 수사를 벌인 경찰관이 압수수색 영장에 의해 압수수색을 실시하지 않았고, 압수수색 과정에서 경찰관이 참여하지 않았는데도 압수조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며 당시 경찰 수사의 잘못을 지적했다. 또 김씨가 현장 검증을 거부했는데도 경찰이 영장도 없이 김씨에게 범행을 재연하게 했다며 강압 수사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다만 무죄를 선고할 명백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김씨가 신청한 형의 집행정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건을 재심리해 김씨의 유무죄를 다시 판단하게 된다.

김씨는 15년 전인 2000년 3월 7일 서울에서 생활하다 남동생을 데리고 오기 위해 전남 완도 고향집으로 향했다. 당시 김씨의 나이는 23세였다. 그런데 50대 초반으로 장애가 있던 김씨의 아버지가 그날 오전 5시50분쯤 집에서 7㎞가량 떨어진 버스정류장 앞 도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김씨 아버지의 사체에서 출혈이나 외상이 발견되지 않자 타살된 후 교통사고로 위장됐을 수 있다고 보고 부검한 결과 사체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

또 김씨가 아버지 앞으로 상해보험 8개에 가입한 사실도 확인됨에 따라 사건 당일 아버지에게 수면제가 든 술을 마시게 하고 함께 드라이브를 가 살해했다고 판단했다.

운전 중 아버지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버스정류장 앞 도로에 내려놓고 사고사로 위장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고모부의 권유로 사건 발생 하루 만에 자수했다. 경찰은 김씨가 아버지를 살해한 동기를 성추행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씨는 “남동생이 용의선상에 올라 대신 자백했다”며 아버지가 성추행한 사실도, 아버지를 살해하지도 않았다고 무죄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결백을 주장했지만 보험금을 목적으로 아버지를 살해한 사실이 인정돼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그는 복역 중에도 15년 동안 교도소의 모든 출역을 거부한 채 무죄를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한변호사협회가 김씨에 대한 재판 기록과 증거 등을 검토한 결과 경찰의 반인권적 수사가 이뤄진 점과 당시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는 현재 판례에 따르면 위법 수집한 증거라고 판단하면서 지난 1월 재심을 청구했다.

김씨의 여동생은 “재심 결정이 난 것은 기쁘다”면서도 “형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부분은 정말 유감이다. 앞으로 험난한 과정이 있겠지만 이겨내겠다”고 말했다. 해남=김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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