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차량 보험제도 어떻게 바뀌나] 수입차 ‘스치기만 해도 덤터기’ 사라진다

입력 2015-11-18 21:33

정부의 고가차량 자동차보험 합리화 방안에 반응이 엇갈린다. 손해보험사들은 연간 2000억원 이상 비용을 줄일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렌트비와 수리비 청구 금액이 줄고 보험료 할증 수입도 생긴다. 보험료 인하에는 “지금도 손해율이 높다”며 말을 아낀다. 수입차 전문 렌터카 업체들은 존폐 기로에 몰렸다며 아우성이다. 수입차 운전자들과 함께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무엇이 바뀌나=정부가 18일 발표한 방안에는 고가 차량의 보험료 할증, 대차(렌터카) 기준 변경, 미수선 수리비 이중청구 방지 등 자동차 사고와 관련해 지금까지 제기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 금융감독원 등이 수개월 동안 머리를 쥐어짰다.

금융위가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을 개정, 내년 3월 이후 차보험에 새로 가입(갱신)하는 경우부터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하면 가벼운 접촉 사고에도 보험금 지급을 믿고 범퍼를 통째로 교체하는 일이 불가능해진다. 정부는 연말까지 ‘가벼운 사고 수리 기준’을 마련해 우선 차량 범퍼를 대상으로 표면만 긁히거나 찍힌 경우 도색 등 부분수리 비용만 지급토록 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앞으로 문짝이나 휀다(바퀴 부분 강판)까지 가벼운 수리 기준을 만들어 적용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보험사가 차량수리 견적서만 받고 현금으로 수리비를 지급해온 관행도 바뀐다. 자차 사고의 경우 실제 수리한 경우에만 보험금을 지급한다. 수리비를 이중으로 청구하지 못하도록 모든 사고차량의 파손 부위 사진을 보험개발원에서 수집, 보험사들에 제공한다.

렌터카 제공 기준도 같은 종류의 차량에서 배기량 기준 동급 차량으로 바뀐다. 예를 들어 독일산 BMW520d가 사고를 당하면 지금은 보험사가 같은 종류의 새 차 렌트비를 기준으로 하루 약 32만5000원의 보험금을 지급하지만, 앞으로는 같은 배기량의 국산차 쏘나타를 기준으로 하루 약 11만원만 준다. 3분의 1 수준이다.

차량 종류별로 수리비를 계산, 평균수리비보다 20% 이상 많은 수리비가 청구된 차종에는 자차 보험료 할증을 부과한다. 주로 수입차가 대상이지만, 국산차량 중에도 에쿠스나 제네시스 신형, 체어맨 윈스톰 등의 자차 보험료가 15% 이상 올라간다.

새로운 방안이 정착되면 수입차의 수리비가 국산차의 2.9배, 렌트비는 3.3배까지 책정되는 문제점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험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근본 처방은 아직···=하지만 왜곡된 수입차 비용 구조나 수입차 운전자들의 처지를 외면하고 표피적인 처방에 머물렀다는 비판도 나온다. 민법 원칙과 어긋나 실제 렌터카 업체나 수입차 운전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경우 정부가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에쿠스와 아반떼가 충돌했을 때 5:5 책임이라도 상대에게 청구하는 금액이 10배까지 차이가 나는 모순은 이번 조치로 해결할 수 없다”며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 법안이 신속히 처리돼야 가능하다”고 밝혔다. 수입차 보상금 폭탄의 주된 원인인 과도한 수리비 문제도 우선 가장 빈번한 사례인 범퍼 교체부터 줄이는 방안만 도입하는 데 그쳤다. 이 역시 대체부품 허용 등 제도적인 걸림돌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부품 가격을 낮추고 정비업체를 늘리는 정공법을 써야 하는데 당장 렌트 비용을 줄이고 할증료를 붙이는 대증요법만 썼다”고 지적했다.

수입차 전문 렌터카 업체들은 쌍지팡이를 들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에 수백건의 민원을 접수하고 수입차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반대 서명 운동도 벌이고 있다. 한 렌터카 업체 대표는 “결국 모든 비용 절감 문제를 렌터카 업체들과 수입차 운전자들에게 떠맡긴 것”이라며 반발했다. 그는 “BMW를 몰던 사업자가 갑자기 국산차를 몰고 가면 거래처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지는 게 현실인데 법적으로 이를 막는 것은 민법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법적인 자문을 받았다”며 “업계 차원에서 정부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명목상으로는 고가 차량을 대상으로 한다지만 대부분 수입차가 규제대상이어서 통상마찰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