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가구 생산업체 A사는 최근 중국 베이징의 공장 문을 닫아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중국 정부가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가구업종은 다른 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통보를 했기 때문이다. 가구공장의 분진이 문제였다. 다른 곳으로 옮겨도 또 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정부의 향후 개발계획이 환경오염 방지를 주된 목표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올해 초 자국 내 발전소의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2030년까지 30%에서 32%로 더 높였다. 환경문제가 글로벌 경제 핵심 이슈로 떠오르면서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주목받을 전망이다.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세계 각국이 제출한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공약(INDC)을 심사한다.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이 탄소 거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감축공약까지 확정되면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이 커질 것”이라며 “이미 탄소배출권 거래소를 운영 중인 한국에 거래 시장을 주도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유럽연합(EU) 27개국을 제외하고 거래소를 운영하는 나라는 현재로선 한국뿐이지만 아직은 개점휴업 상태다. 우리나라는 올 1월 탄소배출권 거래소를 열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정부가 내놓은 배출권 물량은 5억4000만t이지만, 거래된 물량은 100만t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525개 기업을 25개 업종으로 구분해 배출권을 차등 배분했지만 사실상 거래가 없는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은 일종의 테스트 기간”이라고 말했다.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배출권 가격은 정부의 통제에 따라 1만원 안팎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시장 가격이 형성되지 않으니 시장이 활성화되기 어렵다. 거래 상품도 더 다양해져야 한다. 기업 간 배출권 거래만 가능한 한국과 달리 EU는 선물·옵션 등 다양한 파생상품을 내놓으면서 시장을 조기에 안착시켰다. 에프앤가이드 글로벌탄소배출권연구소 김태선 소장은 “배출권 없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거래 가격의 3배를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며 “현행 체제에서는 배출권 가격이 오를수록 기업 부담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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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탄소배출권 시장 11개월, 거래가 없다
입력 2015-11-19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