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바누아투는 호주 동북쪽의 섬 80여개로 구성된 나라다. 서울에서 7000㎞ 떨어져 있고, 면적은 남한의 8분의 1쯤 된다. 1조8000억원 대출사기를 저지르고 이곳에서 도피 중이던 NS쏘울 대표 전주엽(49)씨가 검거돼 국내로 송환됐다(사진). 지난해 2월 도피한 지 1년9개월 만이다.
법무부는 18일 KT ENS 대출사기 사건의 주범 전씨를 바누아투에서 인천공항으로 송환했다. 전씨는 KT ENS에 휴대전화 단말기를 납품한 것처럼 꾸민 후 이를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사기대출을 받은 혐의다. 범행을 공모한 KT ENS 김모(53) 부장과 협력업체 중앙TNC 서정기(46) 대표는 이미 기소돼 징역 17년과 20년을 선고받았다. 2008년 5월부터 지난 1월까지 은행 16곳에서 463회에 걸쳐 1조8335억원을 대출받은 혐의다.
전씨는 수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2월 홍콩으로 도피했다. 뉴질랜드를 거쳐 같은 달 8일 바누아투로 도주했다. 법무부는 바누아투에 긴급인도를 청구하고 현지 당국과 공조해 왔다. 한국과 바누아투는 범죄인인도조약을 맺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법무부의 설득에 현지 당국도 전씨 소재 파악에 협조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바누아투 당국은 지난달 전씨가 수도 포트빌라에서 은신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우리 법무부와 체포 계획을 짰고 지난 17일 은신처를 급습했다. 바누아투 측은 즉시 전씨를 강제 추방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해외 벽지(僻地)까지 추적해 송환에 성공했다”며 “세계 어디에도 범죄인이 숨을 곳은 없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KT ENS 1조8000억 대출사기 주범 남태평양까지 가서 잡아왔다
입력 2015-11-18 21:46 수정 2015-11-19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