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집마다 일요일이면 펼쳐지는 풍경. 주중의 긴장이 한꺼번에 풀려 주말 아침에는 느긋하게 뒹굴며 늦잠을 자고 싶다. 하지만 아이들의 등쌀에 그러기도 쉽지 않다. 이 책은 거꾸로다. 어찌됐는지 아빠와 아이의 하는 짓이 뒤바뀌었다. 늦잠자고 싶은 아이를 닦달해 등에 태우고는 동물원으로 달려가는 아빠. 그곳에 가서도 하는 행동이라니. 철이 없어도 너무 없다. 매표소 앞에 긴 줄이 늘어서 있자, 빨리 들어가려고 거짓말을 한다. 동물원 안에 들어가서도 하는 짓이 꼭 애 같다. 고릴라 앞에서 갖가지 표정을 짓고, 거북이에게 겁을 주고…. 간식 시간이 아닌데도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떼굴떼굴 구른다. 아빠의 철딱서니 없는 행동은 끝이 없다. 물고기에게 먹이를 준다고 이빨이 날카로운 육식성 열대어인 피라니아의 입에 손을 집어넣어 아이의 간을 콩알만 하게 만든다. 잠시도 가만히 앉아 있지 않는 아빠.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좀 쉬려는 찰나였다. 그사이 물개 쇼 흉내를 내다 퍽! 하고 아이스크림을 쏟고 만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라지만 그게 쉽지 않다. 쉬고 싶은 아빠와 놀고 싶은 아이가 함께 이 그림책을 읽으며 서로의 마음속으로 ‘풍덩!’들어가 보자. 아이들은 마치 평소의 자기처럼 행동하는 아빠를 보면서 깔깔깔 웃을 것 같다. 부모 입장에서는 잔소리 하지 않고도 아이가 자신의 행동이 뭐가 잘못됐는지 깨달을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효과 만점이다. 개구쟁이 같은 아빠, 그런 아빠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노심초사하는 아이의 표정이 재미있다. 프랑스 그림책. 일요일 집집 풍경은 만국공통인가보다. 김이정 옮김.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어린이 책-아빠랑 동물원 가기는 정말 힘들어!] 제멋대로 우리 아빠!
입력 2015-11-19 19: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