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현지시간) 파리에서 동시 다발 테러를 저지른 범인 8명 중 최소 3명이 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IS)에 가담해 각종 전투에 참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유럽연합(EU) 시민인 이들이 유럽과 중동을 오가며 잔혹한 테러 계획을 꾸미는 동안 어느 보안·정보 당국도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7일 일부 EU 회원국의 경우 100명의 입국자 중 한 명 정도만 요주의 테러리스트 명단과 대조해 체크된다고 정보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명 수배된 테러리스트일지라도 형식적인 여행문서 조사 외에 아무런 국경 검문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유럽 입국 수속을 밟고 있는 수만명의 난민들에 대해서도 테러 용의자 명단과 대조해 정밀 점검이 이뤄지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EU 관리들은 털어놓았다.
평균적으로 다른 대륙에서 귀국하는 EU 여권 소지자의 10∼20%만 EU 회원국 간 테러리스트 용의자 데이터베이스인 ‘솅겐 정보 시스템(SIS)’에서 점검이 이뤄진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SIS에는 IS에서 활동하는 4000여 외국인 전사들의 세부 인적 사항이 담겨 있다.
실제 이번 연쇄 테러의 핵심 배후인 벨기에인 압델하미드 아바우드(27)는 테러를 모의하면서 시리아와 자신의 벨기에 자택을 아무 어려움 없이 수차례 왕래했다고 자랑했었다. 그는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정보기관의 추적을 받는 중이고 자신의 사진이 방송됐는데도 국경 경비대원이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는 EU 회원국 간 국경개방조약인 솅겐조약의 이상과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악용하는 현실 간 괴리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크다.
한 EU 외교관은 “이번 사건의 배후인 아바우드나 다른 이슬람 성전(聖戰)주의자들이 이러한 허점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했다.
대륙의 유럽 국가들과 달리 솅겐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영국은 국적에 상관없이 자국 입국자들을 SIS는 물론 다른 이민·범죄 데이터베이스에 대조해 점검한다.
지난 1월 주간지 샤를리 엡도에 대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테러 이후 프랑스는 모든 유럽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SIS 보안 점검 및 지문 검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EU 관리들은 이 경우 솅겐조약의 ‘자유 통행’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며 반대해 왔다고 텔레그래프는 지적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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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18 2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