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의 한 보병사단 A대위(29)가 18일 제적 명령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는 지난달 29일 군용물 횡령죄로 고등군사법원에서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군수과장이던 그는 지난해 7∼8월 23만9140원어치 군용 휘발유 300ℓ를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1년여 재판을 받았다. 2심 판결이 1심과 같아 상고하지 않았고, 집행유예 확정으로 군복을 벗었다.
A대위는 관용차 대신 자신의 승용차로 부대 업무를 봐야 할 때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보상심리로 군용 휘발유를 주유했다. 친한 병사들에게 부탁해 플라스틱통에 군용 휘발유를 담아오게 한 뒤 승용차에 넣었다. 이를 감추려고 ‘연대 통합정보 행정관리시스템’의 물자거래 현황에도 손을 댔다.
군 보통검찰부는 한 병사의 내부고발로 A대위의 범행을 알았다. 일과 중 생활관에서 잠들어 있다가 A대위로부터 지도를 받은 병사였다고 한다. 군 검찰은 전투력에 직결되는 군용품의 횡령은 액수가 경미해도 중범죄라고 판단했다. 행정관리시스템 조작도 죄질이 불량하다고 봤다. A대위는 공판 과정에서 반성의 뜻을 밝히고 23만9140원을 변제했다. 1심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군 검찰은 직권남용 혐의까지도 인정돼야 한다며 항소했다. 반대로 A대위의 동료와 병사들은 제적만은 피하게 해 달라고 탄원서를 냈다. 비슷한 일을 사법 절차가 아닌 행정적 징계로 다스렸던 전례도 언급됐다.
그러나 2심 형량은 변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군 기강 확립을 위해 피고인을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피고인이 성실히 군복무를 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민간인이었다면 너그러운 판결이었겠지만 군인에게는 해고 통보였다. A대위는 고심 끝에 상고를 포기했다. 그의 변호인은 “1, 2심 판결이 같을 때는 대법원에서 유리해질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 장성들의 방위사업비리로 군에 대한 여론이 나쁜 시기였다. 1년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차가운 시선을 느끼며 지치기도 했다.
A대위는 별다른 지시를 받지 못해 열흘 남짓 군복을 더 입었다. 지난 17일 인사정보 내부망에 접속되지 않아 비로소 제적 사실을 알았다. 사단에 문의하니 마지막 복무일이 지난 6일이었다. 동료들은 “잘못은 잘못이지만 성실했던 그가 옷까지 벗어야 할 돈이냐”고 안타까워했다. A대위는 2010년 임관한 뒤 사단장 표창을 4번, 연대장 표창을 12번 받았다. 그는 “잘못을 인정한다. 깊이 후회한다”고만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단독] ‘별들의 비리’ 비하면… ‘24만원어치 횡령’ 옷 벗은 대위
입력 2015-11-18 2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