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면세대전’ 마지막 승부의 후폭풍이 거세다. 설마 했던 기존 업체의 특허 상실로 ‘5년 시한부 특허’ 논란이 확대되면서 시장의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특허를 상실한 업체는 수천명에 달하는 기존 인력 고용 문제가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신규로 특허를 취득한 업체도 향후 수수료 인상, 면세점 증가로 인한 경쟁 심화에 따라 웃을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18일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를 따낸 신세계와 두산그룹의 주가가 최근 이틀 연속 약세를 나타냈다. 특허 발표 전날 12.06%나 오르고 발표 후 첫 거래일인 16일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던 신세계는 17일에 이어 이날도 하락세를 나타냈다. 두산은 특허 선정 발표 직전인 13일부터 발표 후 첫 거래일인 16일을 포함해 4거래일 연속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 7월 신규 면세점 발표 당시 특허를 따낸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발표 직후 4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기존 업체 주가 역시 특허 발표 후 약세다. 호텔신라 주가는 13일 10만3000원으로 장을 마쳤으나 16일 10만원대가 무너진 후 이날 9만700원을 기록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도 발표 후 10만원이 무너지며 이날 9만2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면세업계 주가가 약세를 띠는 것은 이번 심사로 5년 시한부 사업권에 대한 불안감이 업계 전체로 확산된 영향이 크다. 특허를 따내도 업체별로 5년마다 ‘제로베이스’에서 심사를 다시 받아야 하는 만큼 인력 고용을 비롯한 투자 손실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듀프리나 DFS 등 세계 선두 면세점 업체가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우는 것과 달리 기존 업체 특허를 하루아침에 가져가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매출규모 증가에 따라 브랜드 유치나 매입단가 조정 등 협상력이 좌우되는 면세업계에서 5년 단위 사업권 조정이 협상력을 약화시킬 게 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월에 특허를 얻어 다음 달 문을 여는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와 HDC신라면세점 역시 해외 고가 수입품업체 입점이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오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냉정하게 말하면 국내 면세업체는 해외 고가 수입업체에 대해 ‘을 중의 을’이다”라며 “물건 매입 시 가격이 올라가면 결국 면세시장 전체의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로 특허를 따낸 업체들도 보다 싸늘해진 시장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 우선 매출액의 0.05% 수준으로 돼 있는 특허 수수료율이 인상될 경우 수익이 이전만 못하게 된다. 지난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공청회에서 최낙균 연구원은 매출 범위에 따라 수수료율을 0.5∼1.0%로 차등화해 올리는 방안을 제안했다.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대기업의 수수료를 5%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고, 류성걸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매출의 5% 이내에서 일정액을 관광진흥기여금으로 납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서울 시내면세점이 기존 6개에서 9개로 늘어나 업체 간 경쟁 역시 더욱 치열해졌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둔 일본과 외국 관광객 유치전을 벌여야 하고, 중국 역시 자국민을 위한 면세시설 확충에 나서고 있어 외부 환경 역시 우호적이지 않다. 이에 따라 1988년 서울올림픽 전후로 시내면세점이 29개까지 급증했다가 이후 매출 감소로 잇따라 문을 닫은 전례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기획] ‘5년짜리 면세점’ 시장은 불안하다… 특허 따낸 승자도 주가 연일 약세
입력 2015-11-19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