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지도자’로 불리는 후야오방(1915∼89·사진) 전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탄생 100주년(20일)을 앞두고 추모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덩샤오핑의 후계자로 지목될 정도로 각광받던 지도자 후야오방은 총서기 재임 당시 언론 자유를 포함한 과감한 정치 개혁을 추진하다 실각된 인물이다. 87년 1월 실각 당시 중국 공산당은 공보를 통해 “정치원칙상 중대한 과오 때문”이라고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이유는 언급하지 않았다. 후야오방은 89년 4월 15일 사망했고 그의 죽음은 천안문 사태의 기폭제가 됐다. 그때부터 후야오방은 금기어였다.
후진타오 주석 체제가 들어선 이후 중국 정부는 2005년 후야오방 탄생 90주년 기념식을 열고, “중국 혁명과 건설을 위해 공헌했다”고 평가했다. 이후 후야오방에 대한 활발한 재평가가 이뤄졌다. 시진핑 체제에서도 후야오방 동상이 들어섰고, 후난성 류양시에 있는 생가는 국가급 중점 보호 문화재로 지정됐다.
중국 공산당 신문망은 올해 기억해야 할 4대 기념일 중 하나로 후야오방 탄생 100주년을 꼽으면서 대대적인 추모행사를 예고한 바 있다. 10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후야오방의 고향 후난성의 분위기가 가장 활기차다. 후난성 성도인 창사에서는 18일 후야오방의 생애 순간순간을 담은 탄생 100주년 기념 유화전이 개막됐다. 23일에는 후 전 총서기의 고향인 후난성 류양에서도 기념행사가 열린다. 앞서 공산당 간부양성기관인 중앙당교는 지난 16일 ‘후야오방 동지 탄생 100주년 기념 좌담회’를 개최했다.
하이라이트는 20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공식 기념식이다. 시진핑 주석의 참석 여부가 관심이다. 지난 90주년 기념식에는 당시 원자바오 총리와 쩡칭훙 국가 부주석 등이 참석했지만 후진타오 주석은 보이지 않았다. 이번 100주년 기념식에는 시 주석 참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중국 언론들은 보고 있다.
최고 지도자가 참석하며 탄생 100주년 기념식이 성대히 치러졌다 해도 완전한 복권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천다오인 상하이정법대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모범 당원으로서 후야오방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을 뿐 1989년 그의 죽음과 천안문 민주화 운동과의 연관성은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후야오방의 아들 후더화는 지난 1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 중앙의 기념활동은 후야오방의 정치적 과오를 지적한 것에 대한 평가를 뒤집는다는 뜻과는 다르다”며 “그것은 단지 그를 그리워한다는 뜻일 뿐”이라고 밝힌 바 있다.
후야오방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평가는 후야오방 탄생 90주년 당시의 ‘당과 국가, 인민에 충성한 탁월한 지도자’라는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실각 당시 ‘정치원칙상 중대한 과오를 저질렀다’는 비판은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역사는 후야오방에 대한 경의(敬意)를 남겼다”고 했지만 “정치적 목적을 갖고 기념활동을 특수한 정치적 함의로 연결시키는 세력이 있다”면서 경계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천안문 촉발’ 후야오방 前 중국공산당 총서기 복권되나… 中 ‘비운의 지도자’ 추모 열기
입력 2015-11-18 2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