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최대 공연예술축제인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가 15회를 치른 올해 또다시 운영주체가 바뀌게 됐다. 바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 공연예술센터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예경)로 넘어간 것이다.
예술위는 17일 조직개편을 하면서 SPAF를 예경에 이관한다고 직원들에게 통지했다. 지난 5월 말 정부가 공공기관 기능조정을 추진하면서 문화예술 분야의 경우 예술위는 예술창작, 예경은 예술산업, 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예술교육으로 특화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SPAF가 서울아트마켓을 운영하는 예경에 통합될 것이라는 관측이 돌았다. 9월 초 SPAF 개막을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관계자들이 이 같은 소문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지만 결국 바뀌게 됐다. 예경 김선영 센터장은 18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SPAF가 내년에도 차질 없이 치러질 수 있도록 문체부 및 예술위와 관련 업무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SPAF는 2001년 설립 때부터 운영주체와 조직의 잦은 변경에 시달렸다. 당초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서울연극제와 서울무용제를 통합하라는 정부 권유에 연극협회와 무용협회가 울며 겨자 먹기로 따르면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태생 자체가 정상정인 과정을 거치지 않은 탓에 1∼3회까지 두 협회가 주도권 싸움을 벌이면서 축제로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양측은 결국 2004년 서울연극제와 서울무용제를 부활시켰다.
SPAF 폐지 의견도 나왔지만 문체부는 한국을 대표할 만한 공연예술제의 필요성에서 존속시켰다. 대신 해외의 유명 축제처럼 예술감독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기로 하고 2004년 극작가 겸 연출가 김광림을 선임했다. 이듬해 공모를 통해 연출가 김철리를 3년 임기의 예술감독으로 선발했지만 한 차례 연임한 그는 2010년 말 정부 방침에 따라 SPAF가 공연예술센터에 흡수되면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이 과정에서 임의단체로 출발했던 SPAF는 2005년 사단법인, 2009년 재단법인으로 바뀌었다가 2010년 공연예술센터 문화사업부에 소속됐다. 공연예술센터 역시 예술위에서 재단법인이 됐다가 다시 예술위 소속으로 변경되는 등 여러 차례 운영주체가 바뀌었다.
SPAF가 해외 공연예술축제와 달리 독립성을 갖지 못하고 끊임없이 운영주체나 조직이 바뀌는 것은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정부 결정 때문이다. 이번도 서울아트마켓과 함께 운영해 한국 공연예술의 해외 진출을 높이겠다는 의도가 반영됐다.
하지만 예경이 극장을 소유하지 않고 있어 축제기간 대관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운영 노하우를 가진 인력도 없는 만큼 내년엔 예술위와 공동으로 개최키로 하고, 예술감독을 임명하는 방안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연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연예술축제가 운영주체와 조직의 변경이 잦다보니 노하우와 인력을 축적하지 못하고 늘 제자리걸음만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단독] 운영주체 또 바뀐 서울국제공연예술제, 바람 잘 날 없네!
입력 2015-11-18 2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