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11테러 이후 국제사회가 다시 ‘테러와의 전쟁’에 나섰다. 프랑스 미국 영국 러시아 등 강대국들이 연일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의 거점을 공습하고 있다. 지난 13일 파리에서 발생한 무차별적 연쇄 테러공격에 대한 응징이다.
89명이 사망한 바타클랑 공연장 공격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테러범들은 일부 인질의 국적과 종교를 묻고 한 명씩 대면 살해했다. 자폭 조끼를 입은 한 테러범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관람하던 축구장에 진입하려 시도했다. 더 큰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다. 이제는 테러범들이 일국의 대통령까지 노리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은 15년째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오히려 테러 희생자 수는 급증 추세다. 호주 경제평화연구소가 17일 발표한 세계 테러리즘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테러 희생자 수가 3만3658명에 달했다. 15년 전에 비해 10배나 늘었다. 테러의 기법과 수단은 진화하는데, 대응전략이 이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IS의 파리 동시다발 테러는 치밀하게 계획된 일종의 게릴라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대통령의 동선, 유대인들이 선호하는 공연장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3개의 팀이 6곳에서 테러를 감행했다. 테러단체의 정보력이 입증된 사례다.
21세기 테러조직은 국제네트워크를 구축했다. IS가 제작한 선전물은 전 세계 지지자 및 동조자들에 의해 퍼날라지면서 하루에 수천만명이 공유한다. 이를 통해 전사를 모집하고 지역 및 국가별 인적 네트워크를 강화한다. 이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각지의 주요 정보들이 IS 본부로 보내진다. 시리아에 위치한 지도부는 테러계획을 각지로 보낸다. 물론 암호화한 SNS 메시지를 이용한다. SNS를 통해 지속적으로 오고가는 정보가 파리 테러와 같은 비극을 만들어내고 있다. 각국 정부가 원천차단하기도 감시하기도 어려운 정보 네트워크다.
이슬람주의 테러세력이 구축한 정보네트워크에는 우리 한국도 공격 대상 국가에 올라 있다. IS의 영문 홍보잡지 ‘다비크(Dabiq)’ 9월호는 미국 주도 테러와의 전쟁에 참가하고 있는 ‘십자군동맹’ 62개국의 일원으로 한국을 포함시켰다. 한국에 대한 테러세력의 이런 인식은 실제로 공격으로 이어져 왔다. 그동안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예멘 이집트 등지에서 10여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십명이 부상했다.
다행스러운 일도 있었다. 2014년 1월 리비아에서 피랍됐던 코트라 관장은 석방됐다. 정확한 정보 수집과 교류를 통해 이른 시일 내에 납치범들의 소재를 파악한 것이 구출작전 성공을 가져왔다. 정보력과 관련 협력시스템 구축은 이처럼 국민의 생명을 지켜낸다.
테러는 지금 이 시간에도 진화하고 있다. 안타깝지만 21세기 내내 테러는 지속될 것이다. 21세기 테러의 흐름이 개인 및 소규모 집단화, 테러 준비 및 실행의 용이성, 다문화사회 내 불만세력 적극 활용이라는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테러의 주체도 다양화되고, 누구나 인터넷을 통해 테러기법을 배우고, 주변의 이웃에 대한 불만이 테러로 표출되는 시대다. 결국 테러의 완전 차단이 사실상 불가능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통합테러대책기구 운영, 기관 간 협력, 인력 및 예산 확보 등 포괄적인 안전조치를 제대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테러방지법 제정이 시급하다. 특히 우리는 3년여 후 열릴 평창 동계올림픽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테러로부터 우리 국민과 외국인 손님을 보호하고 평창올림픽의 국내외 경제적 파급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사안이다.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시사풍향계-서정민] 진화하는 테러… 정보력이 답이다
입력 2015-11-18 1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