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혁신이 우선”… ‘文·安·朴 연대’ 기로에

입력 2015-11-17 22:25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7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농민단체와의 간담회에서 굳게 입을 다문 채 다른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같은 당 안철수 의원이 같은 시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정 성장을 위한 공정3법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이동희 기자, 연합뉴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연대’가 내년 총선과 당내 갈등 수습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하지만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다. 문 대표 등 주류는 문·안·박 연대를 통해 리더십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당사자인 안철수 의원이 “당의 큰 변화와 혁신에 대한 문 대표의 결단이 우선”이라며 재차 거부 의사를 피력했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1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문 대표와 상황을 보는 시각 자체에 큰 차이가 있다”며 “혁신 방안에 대해 두 달 전부터 구체적으로 제안했는데 그간 아무런 변화와 통합 시도가 없었다. 지금도 (문 대표가) 같은 주장을 해 정말 답답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정 성장을 위한 공정3법’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공천 작업 등 선거체제로 돌입을 먼저 하자, 그건 아니라고 본다”며 “저에게 어떤 자리를 준다든지 그건 완전히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표의 주도로 당내에서 혁신 논의를 하는 것이 우선이며 그것이 선행되지 않을 경우 ‘총선 필패’가 예정돼 있다는 것이 안 의원의 인식이다. 안 의원은 지난 9월부터 ‘낡은 진보 청산’ ‘당 부패 척결’ ‘새로운 인재 영입’ 등 세 가지 혁신 방향을 제시했다. 구체적인 10가지 혁신 방안도 내놨다.

문 대표는 18일 예정된 광주 방문에서 안 의원의 제안에 대해 답을 내놓기로 했다. 문·안·박 연대를 통해 사실상 안 의원과의 공동지도체제를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관심들이 많으니까 (광주에서) 아무래도 말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표 측 관계자도 “어떤 방식으로든 안 의원에게 화답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문 대표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면서도 “문 대표는 연대 결과가 공천 지분 ‘나눠먹기’로 귀결되는 것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주류 측에서는 안 의원을 압박했다. 최재성 총무본부장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과거의 리더십이 아닌 미래의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는 (문·안·박) 세 분이 힘을 모으고 지혜를 모아야 된다”며 “문·안·박 세 분이 힘을 합치면 더 파괴력이 있고, (국민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반면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안 의원은 총선 전망이 어두운데도 당 대표가 가만있는 것을 직무유기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안 의원은 혁신 추진에 대한 문 대표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없을 경우 이르면 20일 ‘중대 발표’를 한다는 계획이다. 문 대표의 거취 문제까지 언급할 가능성도 있다. 안 의원 측은 “지금은 (혁신 촉구 외에)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까지 가 있다”며 “여론을 들어보고 최종 발표 수위를 정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18일 창당추진위원회 출범식을 갖고 창당 실무 절차에 본격 착수한다. 천 의원은 향후 일정과 함께 전윤철 전 감사원장과 윤덕홍 전 부총리를 포함한 추진위원회 명단도 공개할 예정이다. 전 전 감사원장은 김대중정부에서 기획예산처 장관,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거친 ‘경제통’이다. 윤 전 부총리는 전국민주화교수협의회 공동의장을 지냈고 노무현정부 시절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직에 올랐던 ‘교육 전문가’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