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영장·구속영장이 발부돼 있는 한상균(53·사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16일 오후 10시30분쯤 서울 종로구 조계사로 피신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 ‘민중총궐기대회’를 주도했다. 그는 관음전에 머물고 있다. 17일 오후 이 건물 2층과 4층은 굳게 잠겨 있었다.
한 위원장이 조계사로 피신한 것은 종교시설이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경찰이 무리하게 진입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명동성당은 1970, 80년대 군사정권에 저항하던 이들의 농성장과 도피처였다. 1990년대엔 주로 노동계 인사들이 명동성당을 찾았다. 신도들의 불편 때문에 명동성당 측이 잇따라 퇴거를 요청하자 2000년대 들어 조계사가 새로운 피신처가 됐다. 경찰은 이따금 수배자 검거를 위해 조계사 안으로 들어갔지만 그때마다 승려와 신도의 강한 반발을 샀다. 경찰은 2002년 발전노조 조합원 150여명을 쫓아 조계사 안으로 들어간 뒤로 진입을 시도한 적이 없다.
조계사 측은 “민주노총에서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조계종 측과 민주노총 측은 18일 오전 8시쯤 만나 한 위원장이 언제까지 머물지 등을 협의할 예정이다. 경찰은 조계사 주변에 1개 기동대 등 경찰 병력 120여명을 배치하고 관음전과 조계사 입구에 경찰병력을 세워뒀다.
민주노총은 “한 위원장은 불의한 정권에 맞서 굽힘없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 50여명은 오후 2시30분쯤 조계사 정문 건너편에서 ‘한상균 즉각 체포’ 등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민중총궐기대회를 둘러싼 보수·진보 진영의 소송전도 시작됐다. 자유청년연합 등 보수 성향 시민단체는 한 위원장을 비롯해 민중총궐기대회를 주도한 단체장 58명을 집회 및 시위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반면 농민단체 등은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중태에 빠진 백남기(68)씨를 조롱한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회원을 모욕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발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한상균은 왜 조계사로 갔나
입력 2015-11-17 21:32 수정 2015-11-18 0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