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파리 테러 배경은 극단적 ‘타크피르’와 종말론”… 이슬람 전문가들 ‘파리 테러’ 분석과 조언

입력 2015-11-17 21:11 수정 2015-11-18 11:03
영국 런던의 프랑스 개신교회에서 15일 파리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이 켜진 가운데 한 소년이 초를 응시하고 있다(왼쪽). 16일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의 프랑스 대사관 건물 앞에 파리 테러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초와 꽃이 설치됐다. 로이터·AFP연합뉴스

한국교회의 이슬람 전문가들은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프랑스 파리 연쇄테러를 자행한 배경에 이슬람의 배타적 교리인 '타크피르'와 종말론이 있다고 17일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IS가 7∼13세기 융성했던 정통 이슬람 칼리파 시대의 부활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테러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교회와 성도들은 두려워하거나 위축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교회 주요 교단과 단체들은 잇따라 성명을 발표하고 IS의 파리 테러를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IS의 테러 배경은 타크피르와 종말론=이슬람 전문가인 고요셉 박사는 IS가 전 세계적 테러 공격의 근거를 타크피르에서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타크피르는 진정한 이슬람의 테두리를 벗어난 ‘카피르(불신자)’를 이슬람 공동체에서 내쫓는 것을 의미한다.

IS는 타 종교나 종파는 물론이고 내부 반대자까지도 카피르로 간주해 테러를 자행하거나 살해한다. 고 박사는 “IS는 자신들의 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타크피르를 극단적으로 적용해 살인을 일삼고 있다”면서 “파리 테러 하루 전 발생한 레바논 테러는 시아파 카피르를 겨냥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IS의 목표는 7∼13세기 칼리파 시대였던 우마이야와 아바스 왕조 시절로 돌아가 정통 이슬람국가를 복원하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고토(古土)인 시리아에서 벌어지는 내전에 참여해 IS에 맞서는 무슬림도 카피르로 규정한다”고 설명했다.

IS는 또 하디스(무함마드 언행록)의 일부 구문을 인용해 지구의 종말 직전에 이슬람 군대와 기독교 군대가 시리아에서 대규모 전투를 벌이며 이슬람 군대가 최후에 승리한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이슬람식 종말론은 젊은이들을 포섭하고 극단적 폭력행위를 하도록 부추기는 데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고 박사는 “대부분 이슬람 학자들은 IS가 코란과 하디스를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한다”며 “유럽에서 억압과 차별 속에 성장한 젊은 세대들이 IS의 사상에 동조하면서 극단적 성향으로 치우치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슬람 전문가들은 IS의 테러 행위에 두려워하거나 움츠리지 말 것을 당부했다. 두려움에 떠는 것이야말로 테러리스트들이 노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윤정 아세아연합신학대 선교학과 교수는 “IS의 테러에 그리스도인들이 두려움에 떤다면 영적 싸움에서 지는 것”이라며 “기독교인들은 ‘하나님 나라’라는 큰 그림을 보면서 복음을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동 지역에서 활동 중인 A선교사도 “IS가 테러를 일삼는다고 해서 선교를 포기할 수는 없다”며 “IS의 테러가 확산될수록 결코 죽이지 못하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테러방지법 제정 서둘러야=한국교회언론회(대표 유만석 목사)는 이날 논평을 발표하고 IS의 파리 테러를 천인공노할 악마적 행위로 규정하고 한국도 IS의 테러 대상인 만큼 국회에서 테러방지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회언론회는 “IS는 정치적·종교적으로 전혀 상관도 없는 문화행사와 체육경기, 식당 등을 무차별 공격해 시민들을 처참하게 살해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질렀다”면서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는 악마적 만행”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IS가 지목한 전쟁할 나라가 62개국인데 한국도 2003년부터 무슬림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으로 10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했으며 23명이 납치됐다가 풀려나는 인적 피해가 발생했다”면서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1월 기준으로 국내 무슬림 인구는 19만9500여명인데 이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교회언론회는 “아시아 기독교의 중심지인 대한민국은 IS 입장에서 반드시 타도해야 할 대상국일 것”이라며 “이는 한국교회가 결코 방관할 수 없는 이유다. 국회가 테러방지법안을 신속히 처리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50여 교계 및 시민단체로 구성된 ‘테러방지법 제정촉구 청년연합’도 이날 “파리 테러 이후 국내에서도 테러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테러방지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특히 19대 국회가 6개월밖에 남지 않아 테러방지법안이 자동 폐기될 운명에 처해 있다며 국회를 압박했다. 청년연합은 성명에서 “파리 테러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며 파리 테러 참극을 반면교사로 삼아 국제적 테러 위협 대비에 반드시 필요한 테러방지법의 즉각적인 제정을 강력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오는 21일 오후 2시 서울역 광장에서 ‘테러방지법 제정 촉구 100만인 서명운동 출정식’ 및 ‘테러방지법 제정 촉구 청년연합’ 출범식을 가질 계획이다.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양병희 목사)도 16일 발표한 성명에서 한국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경고하며 테러방지법안을 신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악을 악으로 갚지 말라”=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는 “아무에게도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모든 사람 앞에서 선한 일을 도모하라”(롬 12:17)는 말씀을 바탕으로 이번 테러를 규탄했다. 동시에 이로 인한 보복이나 불필요한 갈등 또한 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NCCK는 국제위원회(위원장 김영진 장로) 명의의 성명서에서 “테러는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고 용납될 수 없는 반인륜적·반문명적 범죄행위”라며 “어떤 단체나 국가도 테러라는 반(反)성서적 방법을 사용하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프랑스 정부가 보복 공격을 중지하고 선으로 악을 이기는 성서적인 길을 택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NCCK는 “이번 사건이 이슬람 전체를 테러 집단으로 매도하거나 혐오하는 계기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기독교 문명 대 이슬람 문명 간의 충돌이라는 왜곡된 시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종교 간 더 깊은 대화와 이해를 촉구하는 사건으로 보기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NCCK는 이번 테러 때문에 유럽과 세계 각국이 난민 수용을 거부하지 말고 적극 수용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기장은 최부옥 총회장과 정상시 평화통일위원장 명의로 “악에서 떠나 선을 행하고 화평을 구하며 그것을 따르라”(벧전 3:11)는 말씀을 부제로 한 성명을 발표했다. 기장은 “이번 사건으로 희생당한 무고한 시민들과 가족을 잃고 애통해하는 유가족들 위에 주님의 위로와 평안이 함께 하시길 간절히 기도드린다”고 위로했다. 이어 “인류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전쟁과 테러, 납치와 살해는 그 어떤 목적 하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테러 배후인 IS는 민간인 학살, 인질 참수, 자살폭탄테러 등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국제사회에서 또 다른 살상이나 보복성 공격이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또 다른 폭력과 갈등을 촉발시키고 모든 생명을 파괴하는 전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상목 김나래 백상현 유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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