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테러 사건 주동자 8명 중 3명이 벨기에 출신으로 드러나면서 왜 벨기에가 유럽 테러리스트들의 온상이 됐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 일간 인디펜던트 등 유럽 언론들은 우선 벨기에가 유럽에서 이슬람 근본주의가 일찍부터 허용된 나라인 점을 지적하고 있다. 벨기에는 이미 1970년대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요청으로 ‘과격한 사상’인 이슬람 근본주의를 설파할 설교자들의 입국을 허용했다. 이슬람 초기 사회를 본받자는 취지의 이슬람 근본주의는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 등이 신봉하는 사상이고, 이교도를 몰아내기 위한 성전(聖戰)을 정당화하고 있다. 다분히 벨기에의 이슬람교도들이 근본주의를 접하기 쉬운 환경이고, 또 이들이 과격화되는 원인으로 꼽힌다.
벨기에 수도 브뤼셀 외곽의 도시인 빌브르드에 유럽의 대표적 불법무기 암시장이 형성돼 있는 점도 테러리스트들이 벨기에를 테러 거점으로 삼는 이유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무기를 구하기 가장 어려운 나라 중 하나지만 벨기에의 암시장에서 무기를 구해 국경만 통과하면 테러를 저지를 수 있는 것이다.
벨기에의 허술한 치안 문제도 테러리스트들이 활개치기 좋은 조건이다. BBC방송에 따르면 벨기에는 치안 관할 지역이 6개로 나뉘어 있고, 각각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테러리스트들이 한 지역에서 문제를 일으킨 뒤 다른 지역으로 도망가면 체포하기가 쉽지 않은 체계인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관할 구역을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경찰이나 정보기관 종사자 중 아랍어 구사자가 적어 테러 모의를 사전에 적발하기도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브뤼셀 서쪽 몰렌베이크 지역의 아프리카 출신 무슬림 집단 거주지 역시 테러범들이 대원을 모집하거나 테러 모의를 하기 쉬운 곳으로 꼽힌다. 지난 8월 암스테르담과 브뤼셀, 파리 구간을 달리던 탈리스 고속열차에서 테러를 시도하다 승객들에게 진압당한 아유브 엘 카자니가 이 지역 출신이다. 지난해 5월 브뤼셀 유대인박물관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 범인 메흐디 네무슈와 2004년 사망자 191명을 낸 마드리드 열차 테러범 중 한 명도 이 지역 출신이었다. 이 때문에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는 몰렌베이크에 있는 모스크 22곳을 모두 폐쇄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들은 가난과 소외 등으로 시리아나 이라크 등지의 테러 단체에 합류하거나 테러 조직에 몸 담는 것으로 전해졌다. 벨기에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테러리스트 수만 474명에 이른다. 1000만명에 불과한 인구와 비교하면 유럽 국가 중 최고 높은 비율이다. 벨기에 정부는 이 중 현재까지 130명이 귀국하고 77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나머지 200여명은 아직도 시리아와 이라크 등지에서 테러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이야기다.손병호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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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17 2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