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시장, 직불금 대란 예고-넘치는 쌀 처리 어떻게] 부정적 여론 불구 사료화 다시 수면위로

입력 2015-11-18 04:03


쌀이 귀하던 시대가 끝나고 남아도는 시대다. 다 먹지 못해 남는 쌀이 적정 수준을 크게 뛰어넘으면서 재고 쌀 처리 방안을 놓고 정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식량안보 차원에서 쌀 재배 면적을 줄이지 않으면서도 밥쌀용 쌀의 과잉 공급을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사료용 쌀’ 재배 방안도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정부가 “쌀을 어떻게 가축에게 먹이느냐”는 부정 여론을 이유로 회피하기보다 외국 사례를 감안해 적극적인 쌀 사료화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 등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쌀 재고량은 136만t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제시한 적정 재고량인 80만t(소비량의 17∼18%)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그런데 한국인의 1인당 쌀 소비량은 계속 줄고 있다. 2005년 80.7㎏에 달했던 1인당 쌀 소비량은 지난해 65.1㎏까지 낮아졌다. 이 기준대로면 현재 쌀 재고량은 약 2089만명이 1년간 먹을 수 있다. 현재 전국 양곡 창고에 보관된 재고 쌀 중 제일 오래된 것은 2012년산이다. 많은 쌀을 오랫동안 보관할수록 비용은 자연스레 늘고, 쌀의 가치는 떨어진다. 농경연은 지난 9월 쌀 재고처리 방안 논의를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쌀 재고 10만t을 보관하는 데 연간 316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실제 내년 농식품부 예산안에 보관비용만 3000억원이 책정됐다.

이처럼 상황이 심각해지자 현재까지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쌀 가공식품 육성, 수출 활성화, 저소득층 지원 확대 등이다. 그런데 이들 정책은 빠르게 급감하는 쌀 소비량을 대체하기엔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2010년 정부가 적극 검토했지만 여론 반대 등에 부닥쳐 좌절됐던 쌀 사료화 방안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농경연이 2011년 발간한 정책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사료용 쌀을 재배하는 것은 단순히 묵은 쌀을 처리하는 것을 넘어 식량 위기에 대비한 쌀 재배 면적을 유지하면서 논농업의 소득 기반을 다양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당시 농경원장이던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도 “쌀 사료화는 쌀 수급 안정과 사료용 곡물의 대외 의존도 완화를 위해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과 비슷한 인구 구조 변화를 겪은 일본의 경우 이미 쌀 소비 위축 극복 방안으로 사료용 쌀 재배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다만 사료용 쌀이 현실화되려면 사료로 옥수수, 소맥 등과 경쟁할 수 있는 다수성 품종 개발과 단가를 낮출 수 있는 재배 기술 등의 연구가 필요한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최근 국회 예결위에서 이개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일본의 경우 과다한 쌀 보관비용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사료용 쌀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12월 중 내놓을 쌀 수급 관련 중장기 대책에서 쌀 사료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