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S와의 전쟁] 마시멜로서 전쟁터 수장으로… 말랑말랑 ‘올랑드’ 화났다

입력 2015-11-17 21:45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파리 외곽의 베르사유 궁전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올랑드 대통령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테러리즘은 프랑스를 무너뜨리지 못한다"고 결연한 의지를 나타냈다. AFP연합뉴스

“마시멜로(부드럽고 물렁물렁한 사탕 종류)에서 전쟁터의 수장이 됐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급진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에 앞장서고 있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갈등을 회피하고 과묵하며 소극적인 면모를 주로 보여 카리스마가 없으며 프랑스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런 그가 파리 연쇄 테러를 기점으로 정치적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 같은 분석은 16일(현지시간) 올랑드 대통령이 베르사유궁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테러를 뿌리 뽑겠다”고 선언하면서 나오고 있다. 올랑드 대통령은 “프랑스는 전쟁 중”이라며 시리아의 IS 근거지에 대한 공격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파리 테러의 배후인 IS에 대한 즉각 응징에 나서 연 이틀 IS 근거지인 시리아 라카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연설에 대해 “올랑드 대통령이 지금까지 보여준 것 가운데 가장 호전적인 모습”이라면서 전쟁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와 안보 문제에 대한 단호함, 그리고 IS를 뿌리 뽑겠다는 그의 맹세는 프랑스 좌파 진영의 ‘방향전환’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또 올랑드 대통령의 이런 모습은 9·11테러 이후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수사(political rhetoric)와도 비교되지 않을 수 없지만 이번 파리 테러는 자국민이 가담한 사건이었다는 점에서 단순히 부시 전 대통령 때와 비교될 수도 없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올랑드 대통령의 변화에는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지방선거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월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엡도’ 테러 이후 강력한 반테러 조치를 취했지만 프랑스는 또 다시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공격을 받았다. 인기 없기로 유명한 올랑드 대통령의 ‘정치생명’이 더욱 위협받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반면 반이민·반이슬람 정책을 주장하는 극우 정당의 인기는 점점 치솟고 있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이날 연설에서 “프랑스에 앞으로도 공격이 있을 것이며 테러와 싸우려면 공공질서에 위협이 되는 외국인을 신속하게 추방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한다”고 개헌 필요성도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올랑드 대통령의 변신은 부작용 위험도 안고 있다. 1월 테러 당시 올랑드 대통령과 마누엘 발스 총리는 자생적 테러리즘의 싹을 키워 온 프랑스 사회의 문제에 주목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젊은 프랑스인들이 왜 급진주의에 빠졌는지에 대한 사회적 병폐보다 안보 문제를 강조하면서 “프랑스인을 죽인 또 다른 프랑스인을 용서하지 않겠다”고 나섰다. 이런 태도는 오히려 프랑스 내 무슬림들의 반발을 불러 더 큰 갈등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를 낳는다. 게다가 전쟁을 시작한 이상 반드시 이겨야만 한다는 점에서 그의 변신은 일종의 ‘도박’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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