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국가(IS)가 미국 수도 워싱턴DC를 다음 테러 대상으로 지목하면서 미국이 초비상 상태다. ‘제2의 9·11테러’가 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IS의 다음 테러 타깃 지목된 미국 초비상=미국의 최대도시 뉴욕시는 16일(현지시간) 테러 진압 특수경찰 100명을 뉴욕 시내 주요 지점에 배치했다. 이들은 타임스스퀘어 등 테러 가능성이 큰 지역과 랜드마크에 집중 투입됐다. 뉴욕시는 올해 말까지 이들 요원을 56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워싱턴DC에서도 백악관과 국회의사당 등 주요 건물 주위를 경찰이 경찰견과 함께 순찰을 돌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존 브레넌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날 싱크탱크 CSIS에서 강연을 갖고 “파리 테러는 수개월간 치밀하게 준비된 것”이라며 “IS는 앞으로 더 많은 테러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정보 당국은 “미 본토에서 구체적이고 신뢰할 만한 테러위협은 아직 없다”고 USA투데이가 보도했다.
미국 곳곳에서는 작은 이상 징후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하버드대는 “미확인 폭파 위협을 받았다”며 4개 빌딩에서 교직원과 학생들을 긴급 대피시켰다. 메릴랜드의 워싱턴칼리지는 한 학부모로부터 ‘아들이 총을 들고 나갔다’는 신고를 받고 캠퍼스를 폐쇄했다. 워싱턴DC 경찰은 전날 밤 총성이 울린 빌딩의 주변 도로를 다음날 오후까지 통제했다.
◇파리 테러는 9·11테러 판박이=2001년 9·11테러와 지난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동시다발 테러가 주체는 다르지만 실행 과정과 방식이 매우 흡사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테러 계획과 공모·조직, 실행 장소를 모두 다르게 하는 ‘3개국 테러 트라이앵글’을 통해 각국 정보 당국의 감시를 무력화했다는 것이다.
이번 파리 도심 테러의 줄거리는 ‘시리아에서 계획되고 벨기에에서 조직돼 프랑스에서 실행된’ 것으로 요약된다. 벨기에에 사는 무슬림들이 IS의 본거지 시리아로 건너가 극단적 지하디즘(이슬람 성전주의)에 포섭된 뒤 IS의 지령을 받아 ‘이슬람의 적’ 프랑스에서 동시 다발 테러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는 2001년 미국에서 벌어진 9·11테러 과정을 연상시킨다. 당시 알카에다의 오사마 빈라덴은 1998년 케냐·탄자니아 주재 미국대사관을 동시 테러한 뒤 숨통을 조여 오는 미국에 반격을 모색하던 중이었다.
1993년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 지하주차장 폭탄테러의 기획자 칼리드 셰이크 모하마드는 이런 빈라덴을 1999년 초 만나 항공기를 납치해 미국의 주요 시설물을 타격하는 전대미문의 테러를 논의한다. 실행 가능성에 의문을 가지면서 망설이는 빈라덴은 때마침 그의 앞에 나타난 함부르크 셀(함부르크 그룹)을 만나면서 결심을 굳힌다. 독일 함부르크-하르부르크 기술대에 유학하던 모하마드 아타 등 당시 20대의 무슬림 4명은 함부르크의 한 아파트에서 함께 지내며 이슬람 극단주의에 젖어들었다.
알카에다의 근거지 아프가니스탄에서 빈라덴을 만나 충성을 맹세한 이들은 함부르크로 돌아가 미국 본토에 대한 항공기 테러를 본격적으로 준비한 뒤 테러를 저질렀다. 9·11테러를 이번 파리 테러에 대입해 요약하자면 “아프가니스탄에서 계획되고 독일에서 조직돼 미국에서 실행됐다”고 말할 수 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배병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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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대피 소동… 美대륙 ‘제2의 9·11’ 공포
입력 2015-11-17 2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