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동남쪽으로 50㎞ 떨어진 곳에 위치한 파운틴밸리. 인구 5만5000여명의 작은 도시인 이곳에 지난해 초 연면적 4만3600㎡ 규모의 유리로 빽빽하게 둘러싸인 6층짜리 최신식 건물이 완공됐다. 현대자동차 미국판매법인, 현대모터아메리카(HMA)의 신사옥이다.
16일(현지시간) 찾은 HMA 신사옥은 주변 2∼3층짜리 건물들과 확연하게 비교되는 위용을 자랑했다. 박스형으로 지어져 단순하지만 웅장했고,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강화유리로 개방성을 극대화했다. 사무실 구조도 개방감이 돋보였다. 직원 간 자유로운 소통과 토론을 위한 취지라고 했다. 신사옥을 둘러보는 동안 HMA 임직원들이 업무에 열중하며 구슬땀을 흘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데이브 주코브스키 HMA 사장은 “우리가 가장 바쁠 시기에 방문했다”며 “내년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제네시스의 첫 모델인 G90(한국명 EQ900)을 공개하기로 했다. 지금은 이를 위한 준비가 한창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내 주력차종인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를 이번 주 LA오토쇼에서 론칭하기 위한 준비도 병행하고 있다”고 했다.
현대차는 미국에 법인을 설립한 지 30년 만인 지난달 말 누적판매 1000만대를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소형차 엑셀 수출을 시작으로 미국시장에 처음 진출한 현대차는 1986년 수입차 업체 최초로 미국 진출 첫해 16만대 이상을 판매하며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곧 시련이 찾아왔다. 1990년대 접어들면서 급격한 판매증가에 따른 정비망 부족과 품질관리 미흡으로 고객들의 외면을 받았다. 이에 정몽구 회장은 본격적으로 품질경영을 추진하며 위기극복을 진두지휘했다.
미국시장서 성장세가 정체됐던 현대차에 성장동력을 불어넣은 차종은 제네시스였다. 2008년 6월 미국에 상륙한 1세대 제네시스는 출시 7개월 만인 2009년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아시아 대형차로는 최초로 ‘북미 올해의 차’를 수상하며 글로벌 자동차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어 지난해 2세대가 출시되면서 제네시스는 미국 고급차 시장을 더욱 빠르게 질주했다. 제네시스는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미국에서 전년 동기 대비 38.2% 증가한 2만726대가 판매됐다. 특히 고급 브랜드의 간판 모델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미드 럭셔리 세단’ 차급 내에서는 올해 10월 누계 기준 점유율을 11.0%까지 끌어올렸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에 이은 3위의 기록이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을 계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또 한 번의 성공신화를 이룬다는 각오다. 현대차 관계자는 “1·2세대 제네시스는 현대차의 제품 경쟁력이 근본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는 강력한 신호를 전 세계에 던졌다”며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공을 위해 우선 세계 최대 고급차 시장인 미국에서 인지도와 판매실적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운틴밸리=유성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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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美 판매법인 ‘현대모터아메리카’를 가다] ‘제네시스 EQ900’ 美 출시 막판 스퍼트
입력 2015-11-17 1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