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의 간판 레퍼토리를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코리아 환타지’일 것이다. 태평무, 학춤, 장고춤, 부채춤 등 한국 전통춤 및 창작춤의 백미(白眉)만을 모아 재구성한 작품으로 국립무용단의 궤적과 함께해 왔기 때문이다. 1974년 송범 초대 국립무용단장 시절 ‘한국무용제전’으로 시작해 2004년부터 ‘코리아 환타지’로 명칭이 바뀌어 지금까지 세계 80여 개국에서 선보여 왔다.
올해 국립무용단은 ‘코리아 환타지’를 현대적인 감각과 구성으로 다시 만들었다. 이렇게 탄생한 신작 ‘향연’이 12월 5∼6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매우 성대하게 벌어지는 잔치라는 의미의 ‘향연’은 사계절을 뜻하는 4막12장에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춤 12개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담았다. 1막(봄)은 ‘진연’ 등 연회의 시작을 알리는 궁중무용, 2막(여름)은 ‘진쇠춤’을 비롯해 기원의식을 바탕으로 한 종교무용, 3막(가을)은 ‘선비춤’을 포함한 여유로움과 풍요로움이 느껴지는 민속무용, 그리고 4막(겨울)은 56명 무용수 전원이 함께 무대에 올라 태평성대를 바라는 ‘태평무’가 펼쳐진다. 한국 전통춤 분야의 명인 조흥동·김영숙·양성옥이 안무를 맡았고 한국 패션계의 스타 디자이너이자 서울패션위크 총감독인 정구호가 연출했다.
이번 ‘향연’의 구상은 2012년 ‘코리아 환타지’를 처음 본 정구호의 제안에서 출발했다. 친구인 안무가 안성수와의 작업에서 오랫동안 의상을 담당해온 정구호는 그가 안무를 맡은 국립발레단의 ‘포이즈’(2012년)와 국립무용단 ‘단’ ‘묵향’(이상 2013년)에서 연출로 참여해 우아하고 스타일리시한 무대로 호평을 받았다.
정구호는 17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코리아 환타지’는 내게 한국무용의 아름다움을 알려준 운명 같은 작품이다. 다만 좀 더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조명하면 전통무용이 대중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전통무용의 가장 큰 특징으로 여겨진 오방색을 의상이나 도구 하나하나에 모두 넣는 것이 아니라, 작품 전체에 통일성 있게 녹여내 무대와 음악 등에서 전체적으로 절제미를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통의 현대화를 앞세워 자칫 국적불명의 작품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전통을 유지하고 재현하는 동시에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작업이 시대별로 계속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국립무용단 대표 레퍼토리 ‘코리아 환타지’ 새 버전 ‘향연’으로 재탄생… 내달 5∼6일 무대 올라
입력 2015-11-17 2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