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줄고 영업이익 늘고… 상장기업도 ‘불황형 흑자’

입력 2015-11-17 19:43

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이익은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지만 매출이 줄었다. 기업들이 매출 성장 없이 비용 절감만으로 이익을 낸 것이다.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줄어 무역흑자가 난 것을 가리키는 ‘불황형 흑자’와 비슷한 모습이다.

17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연결 재무제표를 제출한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588곳 중 분석 가능한 498곳의 올해 1∼9월 누적 매출액은 1205조615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45조9331억원)보다 3.24% 감소했다. 반면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77조47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69% 증가했다. 순이익도 56조4962억원으로 11.31% 늘었다. 매출액 비중이 큰 삼성전자를 빼고 보면 매출액은 소폭 감소하지만 수익성은 좀 더 개선되는 양상을 보였다.

개별 재무제표 기준으로도 상황은 비슷하다. 분석 대상 617개사의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9% 줄어든 반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5.39%, 18.15% 늘었다.

그러나 수익성 개선은 유가와 원자재가격 하락,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약세)에 따른 비용 절감에 기댄 측면이 크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수출 감소로 매출이 역성장하는 가운데 비용 감소가 영업 활성화의 선순환을 가져오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래에셋증권 박희찬 경제분석팀장은 “원자재가격 하락 등 비용 감소 효과가 워낙 크다 보니 영업이익률이 개선됐고, 환율 효과로 자동차 등 수출 기업이 수혜를 본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와 달리 코스닥 상장사들은 외형과 수익성이 모두 성장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