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9월 말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에 방문한 이수용 북한 외무상에게 방북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무상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스위스 유학 시절 후견인 역할을 했던 인물로, 반 총장과 김 제1비서의 양자회동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7일 중국의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이 외무상이 지난 9월 유엔을 방문했을 때 반 총장이 방북 의사를 전달했다”며 “이 외무상이 반 총장의 평양 방문을 직접 주선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도했다. 이 외무상은 당시 9월 말부터 10월 중순 정도까지 뉴욕에 머물렀다. 반 총장은 지난 5월 개성공단 방문이 좌절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방북을 추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방북 시기는 유동적이다. 이번 주 방북을 예상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반 총장의 일정상 불가능한 상태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유엔 최고관리자 조정 이사회 보고 등 일정이 꽉 차 있어 이번 주 방북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연말까지 북측과의 최종 조율 결과에 따라 방북 일정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선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반 총장의 임기는 내년 12월 31일까지다.
아직 북한이 반 총장을 초청했는지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북한이 한 차례 개성공단 방북을 허가했던 점, 한반도 안정을 위한 한국인 유엔 사무총장의 역할에 국제사회 기대가 큰 점, 반 총장이 지속적으로 방북을 요청했던 점 등에 비춰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북한이 처한 대내외적 상황도 반 총장의 방북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단 대규모 숙청작업 등 김 제1비서의 권력기반 다지기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올해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기점으로 북·중 및 남북 관계 등의 정상화도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일 간 위안부 협상을 계기로 일본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등 외교적 입지 넓히기에 착수했다. 북한으로선 이런 상황에서 반 총장이 방북할 경우 대내외적으로 체제 선전에 활용할 여지가 크게 넓어진다.
여기에 북한의 전략적 도발을 우려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제재 경고와 국제사회의 공세에 대한 탈출구도 필요한 시점이다. 금강산 관광 재개나 5·24조치 해제 등 대남 현안에 있어서도 반 총장의 역할을 기대해볼 만하다. 나아가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반 총장을 미리 만나두는 게 향후 대남정책 기조 수립 등 여러모로 유리할 수 있다는 정치적 셈법도 작용했을 수 있다.
따라서 반 총장의 방북이 성사될 경우, 그동안 중국 인사 외에는 외부 인사와 일절 접촉하지 않았던 김 제1비서와의 면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 제1비서는 선대가 극진히 대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도 만나지 않았을 정도로 외부 접촉을 극도로 꺼려왔다.
하지만 1979·1993년 두 차례 북한을 방문한 유엔 사무총장이 모두 김일성 전 국가주석을 만났고, 지난 5월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북허가 번복으로 국제적 결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아 이번엔 양자 회동이 이뤄질 개연성이 크다. 이 경우 북핵 6자회담의 재개 여부 등 반 총장의 방북 성과에도 국제적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반기문, 9월 유엔 방문한 이수용 북한 외무상에 방북 타진… 조만간 평양 방문說 안팎
입력 2015-11-17 22:31 수정 2015-11-17 2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