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 미술관 명칭 특정인 이름·상표 사용 갈등… 미술관·지자체 방침에 예술단체 등 반발

입력 2015-11-18 04:03 수정 2015-11-18 17:26
대구미술관 어미홀 전경. 전시관 가운데 미술작품이 설치돼 있다. 대구시 제공

전국 곳곳에서 공공미술관 ‘이름’을 놓고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미술관에 도움을 준 특정인 이름이나 기업 브랜드를 미술관이나 전시관에 사용하려는 미술관·지자체 방침에 예술·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7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시립미술관 중심홀인 ‘어미홀’ 명칭 변경을 놓고 대구미술관과 지역 미술인들이 맞서고 있다. 대구미술관은 이달 초 어미홀 이름을 ‘김인한홀’로 바꾸기로 방침을 정했다. 지난 2월 500여점(100억원 상당)의 미술작품을 기증한 유성건설 김인한 회장의 이름을 딴 것이다.

하지만 대구현대미술가협회 등 지역 미술단체들과 미술인들은 지난 15일 어미홀 명칭 변경을 반대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내고, 대구시와 대구시의회 등에도 내용증명으로 보낼 방침이다.

대구현대미술가협회 관계자는 “김 회장의 기증에 대해 대구 모든 미술인들이 감사하고 있지만 대구미술관 상징인 어미홀을 특정인 이름으로 바꾸는 것은 문제”라고 밝혔다.

대구시는 양쪽의 의견을 모두 듣고 명칭 변경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경기도 수원시 수원화성행궁 옆 부지에 건립된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역시 이름 때문에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달 8일 개관식 때 그동안 ‘아이파크’ 명칭 사용을 반대해왔던 수원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이 시와 따로 ‘시민 개관식’을 개최하는 등 반감을 나타냈다. 앞서 수원시는 현대산업개발이 300억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미술관을 기부채납하기로 하자 현대산업개발의 아파트 브랜드인 아이파크를 미술관 이름에 사용하기로 결정했었다.

경북 안동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시립미술관 건립 사업도 이름 때문에 시끄럽다. 안동시는 작품을 수백점 기증하기로 한 하종현 작가의 이름을 딴 ‘안동시립 하종현 미술관’을 짓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안동미술협회 등은 “안동이라는 브랜드만으로도 충분한데 지역과 연고도 없는 특정인의 이름을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특정인의 이름을 사용하고도 갈등이 없는 공공미술관도 있다. 전략적으로 대중성과 공공성을 갖춘 작가의 이름을 사용한 결과다.

대전시 등은 2007년 5월 충남 홍성 출신 화가 고암 이응노(1904∼1989) 선생의 부인이 서울에서 운영하던 미술관에서 이응노 선생의 작품을 인수받아 ‘이응노미술관’을 대전시립미술관 분관으로 건립했고 2012년 재단으로 독립해 운영 중이다.

이응노 선생은 지역 출신인데다 동양화에 서양화 기법을 접목시킨 독특한 화법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인물이어서 반대 목소리는 없었다.

대구=최일영 기자, 전국종합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