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세원] 젊은 그대들에게

입력 2015-11-17 17:52

수능은 끝났지만 여기저기서 탄식소리가 들려온다. 아는 분의 딸은 작년에 서울에 있는 여대에 합격했지만 의료선교사의 꿈을 이루고자 재수를 해서 의과대학 네 군데를 지원했는데 당일 수능을 망쳐 의대는 문턱에도 가보지 못하게 되니 딸의 통곡에 초상집이 되었단다.

몇 년의 공을 단 몇 시간으로 심판하다보니 우수한 학생도 잠깐의 실수로 재수·삼수를 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삼수생 자녀를 둔 어느 분은 ‘우리 아이는 기초를 튼튼히 하려고 삼수를 한다’며 농담처럼 넘겼지만, 그 고난의 길을 인내와 씨름하는 자녀를 보는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고통스러웠겠는가. 수능시험이 무슨 도박도 아닌데 몇 점이 나올지 알지도 못한 채 수시에 6군데를 지원했다가 수시에 합격하면 수능 점수가 잘 나와도 정시에는 지원할 수 없단다. 혹시 최선의 제도를 만들지 못하는 실력 없는 ‘찌질한’ 어른들의 문제가 꿈을 향해 내딛는 멋진 학생들에게 고통으로 전가되고 있지는 않은지 현행 입시제도에 대해 더 깊이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스스로를 모든 것을 포기한다는 N포세대로 표현하는 젊은이들의 문제는 또 어떤가. 그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포기했다고 외치는 것은 젊은이라면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다. 인생을 24시간으로 본다면 이제 막 일어났거나 시작점인 아침에 서 있는 그들인데, 암담한 현실이 눈앞에 찾아와 있다면 고통으로 하루를 시작하느니 차라리 다시 눈 감고 싶은 심정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른 나이에 달관한 인생처럼 많은 것을 내려놓게 만든 것은 이들 세대의 문제가 아니다. 이들이 희망을 향해 활기찬 걸음을 내딛고 사회인으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실제적인 도움이 될 만한 계획이 수립되고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젊은 그대들, 물려받은 것이 시원치 않을지라도 그대들이 좋아하는 노랫말처럼 거친 벌판으로 달려나가 내일의 희망을 바라보며 세상을 깨워주길 바라며, 수험생을 비롯한 젊은 그대들의 앞날에 부디 축복이 함께하기를 소망한다.

김세원(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