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온라인으로 옮겨붙은 ‘폭력집회’ 논란… 시위대-경찰편 나뉘어 책임 공방 갈등의 장으로

입력 2015-11-17 04:17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은 시위대의 폭력행위에 난장판이 됐다. 이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집회와 진압의 적법성 논란을 떠나 경찰버스를 쇠파이프로 부수고, 밧줄로 끌어내고, 불태우려 한 행동은 용인될 수 없는 폭력이다. 이로 인해 많은 시민이 피해를 입었다.

그 현장에 있던 한 노인이 사경을 헤매고 있다. 가슴 아래를 겨냥했어야 할 경찰 물대포에 머리를 맞아 뇌출혈을 일으켰다. ‘확인사살’이라도 하듯 경찰은 쓰러진 노인을 다시 겨냥해 물대포를 쐈다. 책임의 선후(先後)를 떠나 기준과 상식을 벗어난 공권력은 폭력이다.

경찰과 시위대가 차벽을 사이에 두고 ‘불통의 난장판’이 된 14일 광화문은 이랬다. 현장은 하나인데 일부 언론은 보고 싶은 쪽만 봤고, 그 시선은 고스란히 온라인으로 이어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선 서로 얼굴도 모르는 이들이 시위대와 경찰 편으로 나뉘어 격돌했다. 이 싸움을 지탱하는 건 각자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선별적 편향성과 일방적 책임론이다. 그 틈을 비집고 유언비어마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광화문 사태를 둘러싼 온라인 논쟁의 쟁점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집회의 적법성, 차벽·물대포의 적법성, 시위 장비와 구호의 타당성 등이다.

◇광화문 집회 적법성 논란=집회를 옹호하는 측에선 “불법집회가 아니라 사전에 신고된 집회였다. 광화문광장에 가는 걸 경찰이 막아 폭력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경찰이 불허한 불법집회라고 응수하고 있다.

집회·시위법 11조와 12조는 외교시설로부터 100m 이내에선 옥외집회를 할 수 없도록, 교통 소통을 위해 남대문∼보신각 행진과 세종로소공원 집회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일부 집회신고를 불허했고, 민주노총은 “평화기조 아래 사전에 신고했는데 당국이 설득력 없는 이유로 과잉 금지한다”며 집회를 강행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불법집회냐 합법집회냐가 아니었다. 경찰은 집회를 불허하고도 시위가 벌어지리라 예상해 준비했고, 시위대도 그 예상대로 했다. 문제는 시위대가 당초 공언한 ‘평화기조’를 지키지 않으면서 비롯됐다.

◇차벽·물대포 적법성 논란=경찰은 시위대의 ‘청와대 행진’을 막기 위해 병력 2만2000명, 경찰버스 700여대, 차벽트럭 20대 등을 동원해 봉쇄했다. 이를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측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근거로 든다. 하지만 이는 시민 통행을 원천적으로 막은 경우였고, 중간중간에 이동로를 만든 경우엔 합법이라는 판결도 있었다.

시위 진압에 사용된 물대포가 불법이라는 주장이 있다. 물대포에 캡사이신과 식용유, 최루액 등을 섞는 게 불법이라는 것이다. 이는 경찰이 광화문역사에도 최루액을 뿌렸다는 주장과 함께 SNS를 통해 퍼졌다.

경찰의 살수차 운용지침에 따르면 군중 해산을 위해 살수차를 이용하는 것은 위법이 아니다. 다만 발사 각도를 45도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고, 직사(直射)로 뿌려야 할 때는 물살 세기를 시위대와 가까울수록 약하게 조절해야 한다. 시민 안전과 직결된 이 기준을 경찰은 이번에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시위대의 쇠파이프·밧줄=경찰을 옹호하는 측에선 이번 집회가 쇠파이프와 밧줄 등을 사전에 준비한 ‘폭동’이란 주장까지 한다.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석방하라는 구호를 놓고 ‘종북세력의 준동’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쇠파이프 등은 사전에 준비한 게 아니다. 일부 인원이 우발적으로 주변 설치물을 떼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석기 석방’ 구호에 대해서도 “총궐기의 핵심요구 사안이 아니다. 대다수 참가자는 그런 현수막의 존재도 몰랐다”고 선을 그었다.

경찰은 쇠파이프가 실려 있던 시위대 차량을 여러 대 확인했다고 주장한다. 설령 민주노총의 설명처럼 ‘주변 설치물’을 활용한 것이라 해도 그 ‘폭력행위’가 달라지지는 않는다.홍석호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