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벨기에 경찰이 대대적인 수색·검거 작전에 돌입하면서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이번 테러의 기획부터 실행에 이르기까지 깊숙이 관여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현재 시리아에 체류 중인 벨기에 국적의 극단주의자 압델하미드 아바우드(27)가 배후 조종자로 유력하게 대두됐다. 용의자들의 신원이 점차 밝혀지는 가운데 8명의 직접 가담자 중 유일하게 도주한 살라 압데슬람(26)의 체포에 수사력이 집중되고 있다.
프랑스 RTL 라디오 방송은 경찰 수사 관계자를 인용해 이번 테러의 전진기지 격으로 주목받은 벨기에 브뤼셀 몰렌베이크 출신 아바우드가 배후에서 지령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바우드는 유럽 지역에서 자행된 여러 건의 테러를 배후에서 기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접국이자 이번 사건의 주요 용의자들을 대거 공유하고 있는 프랑스와 벨기에는 사건 합동조사팀을 구성하는 등 공조를 강화했다. 사건의 배후인 IS가 테러 과정에 깊이 관여했고 용의자들이 시리아와 벨기에, 프랑스를 넘나들며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이날 “이번 테러는 시리아에서 기획된 것”이라며 IS의 직접 개입을 기정사실화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뉴욕타임스는 미국과 유럽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파리 테러의 용의자들이 계획단계에서 시리아의 IS 유력 멤버들과 의사소통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내부 호응을 기대한 단순 선동 정도가 아니라 테러를 직접 기획하고 실행을 도왔다는 분석이다. AP통신 역시 이라크 정보당국을 인용해 이라크가 파리 테러 하루 전 서방 각국에 “IS 지도자의 지시에 따라 수일 내 테러가 발생할 것”이라는 경고를 담은 긴급 공문을 발송했으며, 파리 테러의 기획과 테러범들의 특수훈련 역시 IS 수도인 시리아 라카에서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 같은 조직적 연계는 테러 관련 용의자들이 프랑스보다 벨기에에서 더 많이 체포되면서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시리아의 IS 수뇌부와의 교감 아래 테러범들은 아랍계 이주민이 많은 벨기에의 특정 지역을 전진기지 삼아 일사불란하게 파리 테러를 치른 뒤 베이스캠프로 퇴각한 것으로 추정된다. 15일 체포영장이 발부된 살라 역시 벨기에 국경을 넘었다. AP통신은 테러 발생 후 프랑스 경찰이 벨기에 국경에서 살라와 다른 2명이 타고 있는 차를 검문했지만 신분증 확인 후 그냥 보내줬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살라와 다른 2명의 형제는 이슬람 극단주의에 심취했으며 모두 이번 테러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형인 이브라힘 압데슬람(31)은 바타클랑 극장 공격조로 현장 인근에서 자폭해 숨졌다. 동생 무하메드 압데슬람은 사건 발생 직후인 14일 이민자 다수 거주지인 몰렌베이크 구역을 대대적으로 수색한 벨기에 경찰에 의해 다른 용의자 6명과 함께 체포했다. 하지만 이들 중 무하메드를 포함한 5명은 뾰족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해 일단 석방된 것으로 전해졌다. 16일에도 벨기에 경찰은 대대적인 수색 작전을 벌였지만 행방이 묘연한 살라를 검거하는 데는 실패했다.
프랑스 경찰은 살라를 공개 수배한 뒤 대대적인 관련자 검거 및 소탕에 나섰다. 대테러 부대를 투입해 툴루즈, 그르노블, 칼레 등 주요 도시에서 150차례 이상의 수색·검거 작전을 벌였다. 당국은 용의자 다수를 검거하고 로켓발사기와 자동소총 등 ‘전쟁 무기’도 다수 압수했다고 밝혔다.
테러 가담 사망자 중 현장에서 여권이 발견된 시리아 난민 출신 아흐메드 알무하마드(25)에 이어 오마르 모스테파이(29), 발랄 하드피(20), 사미 아미무르(28) 등의 신원이 밝혀진 가운데 생존자 증언을 통해 바타클랑 테러범이 당초 알려진 3명이 아니라 4명이며, 그중 여성이 있었다는 주장도 새롭게 제기됐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지구촌 IS와의 전쟁] 벨기에人이 테러 지령… 극단주의자 압데슬라 3형제 주축
입력 2015-11-16 21:52 수정 2015-11-17 0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