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이 지난 돼지고기 24.6t은 경기도의 한 지하 작업실에서 양념육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 작업실 한쪽에 있는 오수를 모으는 집수정 시설은 배수가 되지 않았다. 작업실 안에는 하루살이 같은 벌레들이 날아다녔다. 이 작업실을 운영하는 업체는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에 따른 인증을 받은 곳이었다. 알고 보니 축산물 가공 허가와 해썹 인증을 받은 작업장은 인근 다른 건물에 있었다. ‘꼼수’를 부려 만든 양념육은 유명 인터넷 소셜커머스 업체를 통해 팔려나갔다. 9400만원 상당에 이른다.
엉터리로 만들어진 양념돼지갈비 등을 판매한 업자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싼 게 비지떡’이라지만 소셜커머스 업체의 판매자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
서울서부지검 부정식품사범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철희 부장검사)은 무허가로 양념돼지갈비 등을 만들어 판매한 혐의(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 등)로 13개 위반 업체를 적발해 대표이사 심모(58)씨와 법인 2곳 등 1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들은 육안으로 가공 축산물의 상태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했다. 유통기한을 속였고, 작업장 환경은 열악했다. 허가받지 않은 곳에서 가공 축산물을 만들기도 했다.
그렇다면 소비자에게 ‘엉터리 고기’를 소개해준 소셜커머스 업체에는 아무런 책임이 없을까. 일단 법적으로는 책임이 없다. 직접 판매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부지검 관계자는 “잘못된 상품인 줄 몰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법적으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소셜커머스에서는 ‘엉터리 물건’도 빠른 시간에 널리 퍼질 수 있기 때문에 업체들이 사회적 책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안전 인증을 받지 않은 ‘불량제품’을 판 소셜커머스 업체와 직원이 무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안전 인증을 받지 않고 USB 충전용 발 보온기와 전기 손난로를 판매한 혐의(전기용품안전관리법 위반)로 기소된 소셜커머스 업체와 담당 직원에게 지난달 15일 무죄를 선고했다. 소셜커머스 업체는 판매자가 아닌 ‘판매 중개자’이기 때문에 ‘엉터리 물건’을 판매한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소셜커머스 업체의 판매자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한국소비자원 등 소비자 단체들은 2011년부터 소셜커머스에서 위조 상품이 유통되기 쉽다고 꼬집어 왔다. 공정거래위원회도 2013년 ‘소셜커머스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면서 “위조 상품이 유통되지 않도록 사전 예방 및 사후 처리를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입점 시 사전 검증을 하고 있다. 문제가 있다면 개별적으로 보상하는 등 내부 방침을 따른다”고 해명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기한 지난 고기로 만든 식품 팔아도 소셜커머스 무죄?… 판매자 아닌 판매 중개자 처벌 어렵다는데
입력 2015-11-16 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