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의 상흔이 가시지 않았지만 프랑스 사회와 파리 시민들은 공포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인하며 용감하게 한 걸음씩 내디뎌 나갔다. 테러 직후 폐쇄됐던 에펠탑과 루브르 박물관 등 관광지도 16일(현지시간) 사흘 만에 굳게 닫혔던 문을 활짝 열었다. 전날보다 더 많은 시민들이 추모의 촛불을 들고 거리를 가득 메웠다. 거리 곳곳에 무장한 군인과 경찰이 배치돼 ‘테러와의 전쟁’을 실감케 하는 가운데서도 프랑스는 테러에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사흘간의 국가 애도기간 중 이틀째인 15일 파리 시민 수천명이 거리로 나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전날보다 확연히 늘어난 숫자다. 전례 없는 연쇄 테러가 발생한 지 채 3일도 지나지 않았지만 시민들은 좌절과 공포 대신 연대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850년 된 노트르담 성당은 사방에 경찰차가 둘러싼 가운데 15분 동안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타종을 울렸다. 현장에 있던 러시아 여행객 마리나 프레스냐코바(37)는 “이곳 앞에 서 있는 것이 프랑스를 응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AP통신에 말했다.
파리 곳곳에서는 테러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표출됐다.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바타클랑 극장 앞에는 “테러리스트들은 이것을 알아야 한다. 프랑스는 삶을 앗아간 사람들과 싸운다”는 분노에 찬 메시지가 적혀 있었고 공화국 광장 바닥에도 “우리를 겁먹게 하진 못 한다”고 적힌 현수막이 깔렸다.
16일 오후 1시를 기해 재개장한 에펠탑과 루브르 박물관처럼 파리는 하나둘씩 일상으로 서서히 돌아가고 있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테러 직후 에펠탑과 루브르 박물관 등이 폐쇄됐음에도 파리 여행과 관광이 테러 이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행사 대표인 테드 웨이크는 “아무도 파리를 먼저 떠나려 하지 않았고 추후의 예약 취소도 없었다”고 말했다.
학교와 스포츠 시설, 공원 등도 이날부터 정상 운영에 들어갔으며, 파리 증권거래소도 추가 보안조치를 거쳐 평소와 같이 개장했다. 디즈니랜드는 18일부터 문을 연다. 항공, 철도, 선박도 정상 운영에 들어갔다. 다만 보안 강화 차원에서 수속에 평소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파리 내에서 시위와 집회는 이달 말까지 금지되며 학교 단위의 소풍 역시 22일까지 금지된다.
그러나 테러의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 듯했다. 수백명이 모여 추모 행사를 하고 있던 공화국 광장에서는 갑작스러운 폭죽 소리에 모여 있던 시민들이 황급히 대피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프랑스 경찰이 추모 행렬을 해산시키기 위해 터뜨린 폭죽이었지만 시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파리 시내 곳곳에는 끔찍했던 테러의 후유증을 앓는 시민들을 위해 ‘간이 트라우마 치료소’가 설치됐다.
파리 북역에서는 한 남성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온 마뉘엘 발스 총리를 붙잡고 바타클랑 극장에서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딸을 찾아달라며 호소했다고 인디펜던트가 전했다. 경호원들이 황급히 남성을 막았지만 이 남성은 “뉴스를 아무리 봐도 딸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발스 총리는 “저도 걱정이 된다”며 “일단은 자택으로 돌아가 달라”고 정중히 타일렀다. 바타클랑 극장에서는 확인된 사망자 89명 외에도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희생자가 20명 넘게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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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16 2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