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서청원 ‘총선 공천 룰’ 싸고 또 충돌

입력 2015-11-16 22:34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6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원유철 원내대표, 김 대표, 서청원 최고위원. 이동희 기자

새누리당 양대 계파 수장이 16일 내년 총선 공천 룰 문제를 놓고 다시 충돌했다. 비박(비박근혜)계를 대표하는 김무성 대표가 정치 신인 배려를 위한 공천관리위원회 조기 구성 등 방안 마련을 지시하자 친박(친박근혜) ‘좌장’ 서청원 최고위원이 “공천 룰 제정이 먼저”라며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총선체제 돌입을 위한 ‘우선순위’를 놓고 절차상 이견을 보인 것일 뿐이지만 당내에서는 친박 대 비박 간 공천 ‘본 게임’을 앞둔 ‘기 싸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충돌은 당 최고위원회 비공개 회의 때 벌어졌다. 김 대표는 황진하 사무총장에게 ‘정치 신인 배려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선거구 획정 협상이 결렬되면서 정치 신인들이 현역에 비해 불리한 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 당내 활동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황 사무총장은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 등과 함께 관련 내용을 논의했고, 최고위에 ‘당협위원장 조기 사퇴’ ‘당원명부 공유’ ‘조기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등을 보고했다. 황 사무총장은 “공천 특별기구를 만들고 공천관리위원회를 할 시간도 없으니 이걸 같이 한번 논의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서 최고위원은 그러나 “공천 룰이나 공천 특별기구도 없는데 무슨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이냐. 룰 없이 경쟁하자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버럭 화를 냈다. 그러자 김 대표는 “그런 걸 갖고 왜 화를 내느냐”고 응수했다. 서 최고위원은 곧바로 회의장을 박차고 나섰고, 김 대표는 “그만하고 다음에 또 논의하자”며 회의를 종결했다.

서 최고위원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룰도 없고, 선거구 획정도 되지 않은 마당에 (정치 신인들을 보고) 어떻게 선거운동을 하라는 거냐.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친박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도 “국정 교과서 문제나 노동개혁 등 할 일이 많은데 당협위원장을 그만두면 누가 일을 하겠느냐”고 가세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김 대표가 사무총장 체제인 공관위 구성을 통해 공천 룰을 만들려는 의도가 있다고 서 최고위원이 오해한 것 같다”고 했다.

일각에선 갈등 저변에 전략공천 문제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향식 공천의 공정성을 확보하려면 신인들의 활동 폭을 키워줘야 한다는 게 비박의 논리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