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이 뭐죠?” K팝에 이어 새로운 한류를 이끌고 있는 웹툰에 대해 해외에서 첫 반응은 보통 이렇다. 미국, 일본, 중국 등 대규모 만화 시장에서 ‘웹툰’은 아직 낯선 용어다. 그럼에도 한국의 웹툰은 세계 시장에서 통하고 있다.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의 매력보다 ‘한국 만화’라는 콘텐츠의 힘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웹툰이 세계 시장에서까지 가능성을 보이자 웹툰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매일 새로운 웹툰이 수백 개씩 쏟아져 나온다. 제2의 레진코믹스를 꿈꾸는 웹툰 플랫폼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에 연재를 원하는 만화가 지망생들도 넘쳐난다. 아예 해외 시장을 겨냥한 작품을 만드는 작가들도 있다.
하지만 한국 웹툰이 그저 좋은 콘텐츠를 많이 생산해낸다는 것만으로 앞으로의 성공을 말할 수는 없다. 세계 시장에서 뻗어나가려면 전략적이고 계획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웹툰 한류의 현주소와 성공 전략을 짚어 봤다.
◇웹툰 한류, 어디까지 왔나=국내에서 웹툰 시장을 이끌고 있는 네이버는 글로벌 웹툰 플랫폼인 라인웹툰을 따로 만들었다. 17일 네이버에 따르면 라인웹툰에서는 영어 웹툰 106편, 중국어 번체 120편, 중국어 간체 78편, 태국어 45편, 인도네시아어 23편 등 총 372편이 연재 중이다. ‘마음의 소리’ ‘노블레스’ ‘기기괴괴’ 등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작품들이 연재되고 있다.
다음웹툰의 연재 작품 중에는 55개 작품이 해외 시장에 나가 있다. 카카오에 따르면 다음웹툰은 지난해 1월 북미의 웹툰 포털 사이트인 타파스미디어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고 중국 최대 규모 포털 사이트인 큐큐닷컴 등에서 47편의 다음웹툰이 연재 중이다. ‘뽀짜툰’ ‘내 어린 고양이와 늙은 개’ 등은 중국, 프랑스 등에서 단행본을 낼 정도다. 지난 8월 열린 중국 베이징도서전에서는 한국 웹툰 관련 수출상담 실적이 100억원대를 넘어섰다.
아예 미국 시장을 겨냥한 웹툰 플랫폼도 나왔다. 웹툰작가조합 투니온이 만든 회사 롤링스토리는 지난 7월말부터 북미 시장을 겨냥한 스팟툰 서비스를 출시해 30개 작품을 연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뉴스 사이트 허핑턴포스트에서도 ‘이끼’ ‘아귀’ ‘러브메이커’ ‘아만자’ ‘트레이스’ 등 10개 작품이 나온다.
◇웹툰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려면=세계 시장에서 웹툰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관심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게 업계 이야기다. 임지영 롤링스토리 전략기획본부장은 “미국에서는 웹툰이라는 용어부터 설명해야 했다. 국내에는 미국 만화 시장 전문가가 없고, 미국에는 웹툰 시장 전문가가 없다. 사실상 백지 상태인 셈”이라고 했다.
임 본부장은 최근 ‘글로벌 웹툰 성공전략 컨퍼런스’에서 밝힌 롤링스토리 미국 진출 경험담을 전했다. 롤링스토리는 무엇보다 번역에서 크게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웹툰에 쓰인 일상적인 언어를 영어로 옮겨놓고 보니 재미가 떨어졌다. 아직도 이 부분은 완벽히 해결되지 않았다. 임 본부장은 “웹툰의 맛을 잘 살리려면 번역보다는 통역이 더 나을 것 같다”고 했다.
미국은 마블코믹스, DC코믹스 등에서 만들어내는 그래픽노블이 탄탄한 시장이다. 그래서 롤링스토리는 새로운 독자층을 열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이 전략도 어긋났다. 임 본부장은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어떤 종류의 만화든 먼저 본다. 새로운 독자층을 찾기보다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어떤 만화에 관심을 갖느냐를 알아야 한다. 지금까지는 인간 공통의 감성, 따뜻한 이야기가 통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남성이 만화를 더 많이 볼 것이라는 계산도 빗나갔다. K팝 스타에 열광해 한류 문화에 관심이 많은 10∼20대 여성들, 웹툰이 원작인 드라마나 영화를 먼저 보고 웹툰을 찾아보는 한류 팬 등이 중심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현지 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 웹툰의 재미를 살려줄만한 번역, 현지 전문 인력과 파트너 육성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창완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현지 문화를 고려한 만화 작품 창작에 적극 지원하고, 번역은 물론 해외 수출과 유통에 특화된 전문가 양성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한국 만화’는 재밌는데 ‘웹툰’은 뭐죠?… 차세대 한류 주자 ‘웹툰’의 현주소·성공전략
입력 2015-11-17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