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병원들이 지역 교회와 협력하며 동반성장하는 길을 모색하는 행사가 열렸다. 전북 전주 르윈호텔과 전주 예수병원에서 지난 12∼14일 ‘기독병원과 교회성장’을 주제로 열린 제20회 아시아기독병원대회다. 한국 일본 대만 태국 등의 기독병원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해 각 국가의 사례를 소개하고 협력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지역 교회를 성장시키는 기독병원들=13일 첫 번째 주제 발표 시간. 옥철호 고신대 의대 교수가 고신대복음병원 의료진으로 구성된 필하모니 의료선교회의 활동을 소개했다. 이들은 필리핀 마닐라에서 차로 10시간 거리에 있는 뚜게가라오 지역에서 1년에 두 번씩, 모두 18차례 의료봉사를 했다. 10여년 전 현지에 파송된 김자선 강정인 등 두 명의 여선교사와 협력했다. 인근 라굼 지역의 경우 백내장이나 원인 모를 질환으로 실명하는 이들이 많았다. 선교회는 오지인 이곳까지 찾아가 백내장 수술을 해주고 고른 영양 섭취를 통해 질병을 예방하도록 교육했다. 아이들을 위한 성경학교도 열었다. 10여년 간 사역을 통해 이들 지역에는 모두 30개의 교회가 세워졌다.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올리브 마운틴 병원은 의료진을 포함한 전체 직원 752명 중 126명이 크리스천이다. 복음화율로 따지면 16.8%. 일본 전체 복음화율 1%, 오키나와 지역 복음화율 3%와 비교하면 매우 높다. 병원 재활센터 직원 12명이 목회자가 됐고, 이들이 병원에서 예배를 드리며 환자들은 물론 직원들이 신앙적으로 커나갈 수 있도록 도왔다. 병원은 또 지역 교회 성도들을 교육시킨 뒤 자원봉사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카츠야 아사토 선교사업부장은 “앞으로 지역 교회 목사들을 초청해 환자들에게 세례를 주고 슬픔에 잠긴 가족들을 위로할 수 있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
◇“기독병원은 세상 병원과 달라야”=사례 발표에 이어 기독병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논의가 이어졌다. 안신기 연세대의료원 의료선교센터 소장은 ‘한국 재난구호의료네트워크(KMNDR)’를 소개하며 아시아 지역 기독병원들과의 연합을 강조했다. KMNDR은 2013년 태풍 하이옌으로 피해를 입은 필리핀 타클로반 지역을 돕기 위해 연세의료원, 전주 예수병원 등 8개 기독병원과 영락교회 등 3개 교회가 연합해 구성한 조직이다. 이들은 현지에서 각 단체의 이름 대신 ‘KMNDR’이란 하나의 이름을 사용하면서 더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의료 지원을 할 수 있었다. 안 소장은 KMNDR과 비슷한 형태로 아시아 기독병원들의 연합 ‘ACHAMM’을 구성해 서로 연대하자고 제안했다.
안 소장은 “원목이 있고 채플실이 있다고 기독병원이 아니다”라며 “병원을 운영하거나 환자들을 대할 때 예수님의 뜻에 따라 결정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메르스 사태 당시 기독병원들의 역할을 소개하며 “기독병원이 사회적 어려움을 기꺼이 감당하려 할 때 비로소 성령의 역사하심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주제 발표 및 토론에 이어 14일 전주 예수병원을 직접 찾아 둘러보고 폐회 예배를 드리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권창영 예수병원 원장은 “기독병원들이 안팎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기독병원들은 교회를 돕고, 성도들은 기독병원을 찾으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전주=글·사진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기독병원, 세상 병원과 다르게… 지역교회와 동반성장을” 제20회 아시아기독병원대회
입력 2015-11-16 18:31 수정 2015-11-16 2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