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인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출신 학생들 소회 “학교 밖 세상에서 꿈과 끼를 찾았어요”

입력 2015-11-16 20:30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출신 김민정양 김영철군 성규빈양 최영환군(왼쪽부터)이 16일 서울 서초구 화이트홀에서 직접 만든 작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우리에겐 한 가지씩 숨겨진 재능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학교 안에선 그걸 발견하고 펼치기가 쉽지 않았고요.”(김영철)

16일 서울 서초구 고무래로 화이트홀에 모인 네 아이 얼굴에는 생기가 돌았다.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무엇보다 하고 싶은 일이 분명했고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이들은 ‘인생을 바꾸는 1년’을 목표로 하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출신 김영철(16) 최영환(17)군과 김민정(17) 성규빈(18)양이다. 모두 일반 학교를 그만두거나 휴학하고 1년 과정의 대안학교인 이곳에 입학해 자유로운 한 해를 보냈다. 그 1년 동안 “내 꿈이 뭔지 알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 학교는 자기 주도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꿈을 찾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직업군의 멘토와 연결해 실질적으로 재능을 발견하고 키워갈 수 있게 도왔다. 매주 한 차례 지역별로 모여서 직접 꾸린 시간표에 따라 활동한 내용을 점검받고 나머지 시간은 모두 자유였다. 올해는 470여명이 이 학교 울타리 안에서 꿈을 키워가고 있다. 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과 사진, 퀼트 작품 등이 30일까지 화이트홀에 전시된다.

3년 전만 해도 김군의 과외비는 한 달에 100만원이 넘었다. 시간과 돈을 들여 공부에 매진했지만 성적이 오르지 않고 꿈과 목적도 없었다고 한다. 그는 “사실 도피하고 싶은 마음에서 이 학교에 입학했는데 내가 꿈꾸는 모든 것을 이루고 다양한 도전을 하고 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지난여름에는 친구 4명과 인천에서 부산까지 자전거 종주를 했다. “한계에 부딪혀본 시간”이라며 웃었다.

미용 분야에 관심이 있던 김양은 지난해 여름 자퇴하고 벤자민 학교에 들어오기 위해 직접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준비했다. 그는 “모두 똑같은 옷, 똑같은 가방에 똑같은 표정으로 교문에 들어서는 친구들을 보면서 답답한 마음이 컸다”며 “주관도 자신감도 없던 지난 시간과 비교해 지금은 즐겁게 삶을 꾸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에는 친구들과 함께 방향제를 제작해 서울 홍익대 부근과 상수동, 이태원 등지에서 팔았다. 순이익 60만원으로 현재 월드비전을 통해 매월 2명의 어린이를 돕고 있다.

일반 학교에 다닐 때 전교에서 이름을 날렸던 성양은 부모님처럼 교사가 되려고 준비하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꿈을 찾고 싶다며 이 학교에 발을 디딘 그는 동화작가 한지수씨에게 멘토링을 받고 꿈이 확고해졌다고 했다. 지난해 고향인 경북 안동에서 개인전도 열었다. 성양은 최근 서울과기대 조형예술학과에 수시전형으로 합격했다. 그는 “내가 학교 밖에서 느낀 건 ‘세상은 훨씬 넓고 깊다’는 것”이라며 다가올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최군은 내년 2월 벤자민 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일반 학교로 돌아갈 거라고 했다. “확고한 꿈과 목적만 있다면 일반 학교에서도 문제가 없어요. 저는 그 꿈을 찾았기 때문에 다시 학교로 돌아가 공부해서 꿈을 이룰 겁니다. 하지만 많은 학생이 여전히 아무 꿈 없이 살고 있어요. 친구들도 꿈을 찾으면 좋겠어요.”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