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를 막아야 할 경찰관이 오히려 성범죄 피해를 신고하러 온 미성년자를 성추행했다.
수사에 필요하다면서 신체 특정부위를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만져가며 경찰서에서 버젓이 ‘몹쓸 짓’을 저질렀다. 혼자 당직근무하는 휴일에 경찰서로 불러서 동행한 상담사를 내보낸 뒤 저지른 ‘계획범죄’였다.
경찰의 성범죄가 잇따르자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 8월 ‘경찰 성 비위 근절방안’을 발표하고 강력한 처벌을 공언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는 A양(18)을 성추행한 혐의(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로 서울 종암경찰서 수사과 정모(37) 경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6일 밝혔다.
A양은 지난달 22일 자신이 등장하는 음란 동영상을 인터넷에 퍼뜨린 유포자를 처벌해 달라며 경찰서에 처음 찾아왔다. 정 경사는 민감한 내용을 조사해야 하니 사람이 없는 휴일에 보자며 “일요일(같은 달 25일)에 다시 오라”고 했다. A양은 3일 후 다시 경찰서를 찾았다. 사무실에는 당직근무를 하던 정 경사 외엔 아무도 없었다.
당시 A양은 서울시 성폭력피해아동보호기관 상담사와 함께였다. 정 경사는 “피해자 조사를 위해 자리를 비켜 달라”며 상담사를 사무실에서 나가게 했다. 이후 사무실 CCTV에 찍히지 앉는 구석 자리로 A양을 데려간 뒤 수사에 필요하다며 A양의 신체 일부분을 촬영하고 손으로 만지는 등 성추행했다고 한다.
A양은 ‘조사’를 마치고 경찰서를 나서면서 상담사에게 “경찰관한테 성추행당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성폭력피해아동보호기관은 같은 달 28일 경찰에 성추행 수사를 의뢰했고, 그때까지 종암경찰서 측은 이런 일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성폭력특별수사대 조사에서 정 경사는 “영상 속 인물이 A양과 같은 사람인지 확인하기 위해 신체 일부를 찍었지만 몸을 직접 만지지는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 경사를 중징계하고 지휘·감독자의 관리감독 태만 여부도 확인할 계획이다.
경찰의 성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서울 강남서 교통과 경찰이 음주운전을 한 여성에게 강제로 입을 맞춰 문제가 됐고, 지난달에는 경찰 간부가 여자 후배를 모텔에서 성추행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치안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경찰 성범죄는 심각한 문제”라며 “‘성범죄 원스트라이크 아웃’ 등 강력한 처벌뿐 아니라 이런 범죄를 ‘쉬쉬’하는 경찰 조직문화부터 전면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경관이 음란 동영상물 피해 신고한 10代 휴일 경찰서로 불러 성추행
입력 2015-11-16 2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