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53)과 황정민(45). 한국영화 흥행기록을 새로 쓴 주역들이다. 최민식은 ‘명량’으로 1700만 관객을 돌파하고 황정민은 ‘국제시장’과 ‘베테랑’으로 두 작품 연속 1000만 관객을 넘어서는 기록을 세웠다. 두 배우가 12월 격돌한다. 최민식은 ‘대호’로, 황정민은 ‘히말라야’로 관객몰이 경쟁을 벌인다. 지난주 나란히 제작보고회를 가진 두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호’는 지리산에 살았던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를 잡으려 하는 사냥꾼의 이야기를 그렸다. 최민식은 1925년 조선 최고의 명포수로 이름을 떨치던 천만덕 역을 맡았다. 그는 “평생 동안 생명을 죽여야만 자신이 먹고사는 사냥꾼의 직업에 매력을 느껴 영화에 참여하게 됐다”며 “주인공의 결말이 요즘을 사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굉장히 크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영화의 주인공이 몸무게 400㎏, 길이 3m80㎝의 호랑이인 만큼 컴퓨터그래픽(CG)이 큰 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최민식은 “200억원 가까이 제작비를 사용한 ‘라이언 킹’이 되지 않으려면 CG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휴먼 드라마가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천만덕의 가치관과 세계관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관객들의 관심이 CG에만 쏠리지 않게 하기 위해 혼신의 연기를 했다는 것이다.
‘히말라야’는 히말라야 등반 도중에 생을 마감한 동료의 시신을 찾고자 목숨 건 여정을 떠나는 산악 원정대의 활약을 그린 영화다. 2005년 에베레스트 등반 중 사망한 고(故) 박무택 대원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다시 등반길에 오른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원정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황정민은 엄홍길 대장 역을 맡았다.
황정민은 “큰 사고 없이 촬영을 잘 마치고 나자 눈물이 터졌다”면서 “다들 힘들었고 특히 스태프들은 무거운 장비를 메고 이동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우리나라에 산악 영화가 거의 없어 궁금했는데 막상 해보니 전혀 쉬운 게 아니었다”며 “우리가 8000m까지 올라가지는 않았지만 그 이상 올라간 것처럼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두 배우를 힘들게 한 것은 추위와 폭설과의 싸움이었다. 최민식은 혹한이 몰아치는 겨울 산속에서 총을 들고 실제로는 없는 호랑이와 상상의 대결을 벌여야 했다. 손이 얼어 동상에 걸린 날이 부지기수다. 황정민은 현지 가이드까지 만류할 정도로 위험했던 순간에도 촬영을 강행했다. 고산병에 시달리기도 했으나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고 한다.
두 영화 조연들의 대결도 볼거리다. ‘대호’에는 ‘7번방의 선물’ ‘베테랑’에서 감초연기를 펼친 정만식, ‘미쓰 와이프’ 등에서 개성연기를 보여준 김상호, ‘셸 위 댄스’로 잘 알려진 일본 배우 오스기 렌이 가세했다. ‘히말라야’에는 순수한 청년의 캐릭터가 돋보이는 정우, 선 굵은 연기를 하는 조성하, 푸근한 웃음을 선사하는 김인권이 동참했다. 라미란은 두 영화에 다 나온다.
두 영화 모두 영화의 재미를 아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대호’는 ‘신세계’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던 박훈정 감독이 연출했다. ‘대호’ 시나리오를 ‘신세계’와 ‘부당거래’보다 앞선 2009년에 완성했으나 기술적인 구현이 쉽지 않아 미뤄지다 이번에 제작했다. 박 감독은 “CG의 퀄리티가 100%가 되지는 않겠지만 가진 역량 안에서 2년간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히말라야’는 ‘국제시장’의 윤제균 감독이 제작자로 나섰고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댄싱퀸’의 이석훈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이 감독은 “처음에는 부담감 때문에 작품을 하지 않으려 했는데 ‘히말라야’를 하지 않을 이유를 단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면서 “위험한 장면이나 자연 경관을 보여주기 위한 영화는 아니고 극한 상황에서의 인간애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12월에 한판 붙는다… 1000만 관객 모으는 두 사나이
입력 2015-11-17 19:16 수정 2015-11-17 2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