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테러는 이슬람국가(IS)가 지난해부터 전 세계 곳곳에서 키우기 시작한 이른바 ‘테러 군대(Terror Army)’가 일으킨 사건이다. 테러 군대는 유럽이나 미국 등 서방사회에 있는 젊은이들을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만들어 서방사회 내부에서 ‘성전(지하드·Jihad)’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든 전사들을 의미한다.
이번 파리 테러나 올해 초 역시 파리에서 있었던 주간지 ‘샤를리 엡도’와 유대인 상점을 겨냥한 테러, 지난해 말 호주 시드니의 카페 인질극 등이 대표적인 서방사회 내부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발생한 사건들이다.
서방의 정보기관들은 이들의 규모가 얼마인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외로운 늑대’라는 별칭이 시사하듯 자생적인 데다 추적이 어려운 인터넷망 등을 통해 워낙 은밀하게 활동하기 때문이다. 외로운 늑대형 극단주의자와 시리아·이라크에서 직접 성전에 참여했다가 귀국한 지하디스트들이 결합하면서 테러의 양상도 점점 대담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문제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계속 확산 추세에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극히 평범한 젊은이들이 극단화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번 파리 테러 때 자살폭탄을 터뜨려 숨진 이스마엘 오마르 모스테파이(29)도 이웃들은 ‘착한 청년’으로 기억하고 있다. AP통신은 16일(현지시간) “모스테파이는 8번의 경범죄로 경찰에 걸린 적이 있지만 수감된 경험은 일절 없는 젊은이였다”며 “다만 파리의 가난한 쿠르쿠론에서 살아왔다”고 전했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또 다른 용의자 3명도 벨기에 수도 브뤼셀의 가난한 지역인 몰렌베이크 출신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구 10만명의 몰렌베이크는 30%가 이슬람교 신자인 곳으로 현지 경찰도 감시의 눈길을 포기한 구역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서구사회의 빈부격차와 이민자 차별 등이 젊은이들을 과격화시키는 요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젊은 청년의 경우 사회에서 나름의 ‘역할’을 맡고 싶어 하지만 전과(前科)나 가난으로 인해 사회 내 적응이 쉽지 않거나 자신이 낙오됐다고 느끼게 되면 IS 등과 같은 테러조직에 쉽게 현혹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가난한 유럽의 젊은 무슬림의 경우 현실적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전사가 되기 위해 시리아나 이라크로 떠나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중동 등에서 2만∼3만명의 젊은 외국인 대원들이 IS 전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이 가난하거나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지하디스트가 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IS가 이슬람 초기 시절의 율법을 중시하는 ‘수니파 원리주의’ 테러조직인 점도 극단주의자가 많이 생겨나는 이유다. IS는 이슬람교 이외의 종교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이단과는 반드시 성전을 치러야 한다고 독려하고 있다. 특히 원리주의 확산에 방해될 경우 모든 폭력적 수단을 동원해 성전을 치러야 한다고 지시하고 있다. IS는 이런 원리주의를 근거로 여성과 어린 아이들까지 참수하고, 사람을 화형하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뜨려서 죽인다. 고대 유적을 파괴하는 반인륜적인 행태도 정당화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서구사회에서 이슬람교도로서 차별받고, 멸시받고 있다고 느끼는 젊은이들이 이런 원리주의를 접하면서 자신도 성전의 길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부터 유럽에 반(反)이슬람 바람이 거셌던 점 역시 젊은 무슬림들을 자극하며 극단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현실 때문에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은 이슬람이라는 종교 때문이 아니라 (빈부격차와 같은) 서구사회 내부의 사회문제”라고 꼬집었다. 때문에 젊은 무슬림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정책 도입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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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1-17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