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노트북·데스크톱 살 필요 있나요”… 화면 키우고 반격 나선 태블릿PC

입력 2015-11-17 04:02

“왜 PC를 사려고 하는 거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며 ‘PC시대의 종말’을 선언했다. 12.9인치 화면 크기를 갖춘 아이패드 프로가 그 자리를 대체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쿡은 “많은 사람이 아이패드 프로를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PC 대용으로 사용할 것”이라며 “아이패드 프로를 쓰기 시작하면 다른 게 필요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쿡은 창작자나 영화·음악 감상을 주로 하는 사용자들이 아이패드 프로의 핵심 구매층이라고 강조했다. 화면을 키우고,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쓸 수 있는 스타일러스 ‘애플펜슬’까지 함께 내놓으면서 ‘콘텐츠 소비용’으로 인식되는 태블릿PC를 재정의하려는 셈이다.

삼성전자도 18.4인치 화면 크기의 갤럭시 뷰를 6일 미국에서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보는 경험의 극대화를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단순히 영화나 콘텐츠 감상을 넘어서 삶의 모든 영역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기기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사무실, 가정, 학교 등에서 업무, 여가, 학습 등에 다양한 용도로 갤럭시 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새로 출시한 서피스4를 ‘노트북을 대체할 수 있는 태블릿PC’라고 강조하고 있다. 12.3인치 화면 크기에 766g의 무게로 휴대성을 유지하면서도 키보드 커버, 스타일러스까지 장착해 노트북에서 하는 일을 동일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PC와 같은 윈도10 운영체제(OS)를 쓸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태블릿PC 진영이 큰 화면을 ‘반격 카드’로 삼은 건 정체되고 있는 판매량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스마트폰에 이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꼽혔던 태블릿PC는 최근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16일 시장조사기관 캐널리스에 따르면 3분기 태블릿PC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나 감소했다. 애플도 3분기 아이패드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20% 하락했다.

이는 태블릿PC가 사용성 측면에서 노트북을 대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노트북은 두께와 무게를 줄이면서 입지를 강화했다. 최근 나오는 노트북은 1㎏ 안팎으로 휴대성이 높아졌다.

업체들이 ‘큰 화면’을 차별화 지점으로 들고 나왔지만 사용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미국 IT 매체 더버지는 “아이패드 프로가 노트북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휴대하기엔 너무 크고, 별도로 사야 하는 전용 키보드는 노트북에 비해 불편한 데다 대화면을 제대로 활용하는 애플리케이션도 없다는 이유다.

대화면 태블릿PC의 가격도 걸림돌이다. 태블릿PC 치고는 고가여서 노트북을 사는 것과 가격 면에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아이패드 프로는 제일 싼 모델이 799달러(약 94만원)이고, 서피스4는 국내 판매 가격이 119만9000원부터 시작된다. 갤럭시 뷰는 미국에서 599달러에 판매 중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