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부문화 확산은 공동체를 진전시키는 원동력

입력 2015-11-16 18:17
70대 노부부가 평생을 검소하게 지내면서 모아 놓았던 75억원 상당의 부동산 3건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기부하겠다고 16일 밝혔다. 이승웅(74)·조정자(72)씨 부부는 KAIST와 아무런 연고가 없다. 기부 이유는 단 하나,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도 좋지만 작은 일이라도 나라를 위해 할 수 있다면 더 값진 일이 있겠느냐. 대한민국을 부강하게 할 과학 인재 양성에 써 달라”였다. 젊었을 때에 배달 등 막일도 마다하지 않고 모은 재산이다. 이들은 부부의 연을 맺을 때부터 재산의 사회 환원을 약속했고, 방법을 찾다가 KAIST를 알게 됐다고 한다.

올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창립 기념식에서 대상을 수상한 홍계향(82) 할머니는 불우이웃을 위해 5억5000만원 상당의 4층 단독주택을 기부했다. 유산 기부의 일환인데 노점상, 지하철 청소원, 공장 노동자 등으로 일했던 홍 할머니의 전 재산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기부문화가 조금씩 확산돼 가는 추세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유니세프, 월드비전 등 기부금 단체 상위 10곳에 맡겨진 개인 기부금은 올 들어 지난 9월 말까지 5256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4790억원)보다 9.72% 늘어난 규모다. 최근 몇 년 동안의 평균 증가율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고 한다. 유니세프 기부금 가운데 개인 비중도 2008년 85.1%에서 지난해 90.1%로 늘었다. 우리 사회가 점차 성숙돼 가고 있다는 뜻이다.

우리의 기부문화 수준은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은 낮다고 볼 수 있다. 빌 게이츠, 워런 버핏, 마크 저커버그 등 세계적 기부왕들의 쉼 없는 기부 행위를 보면 그 사회의 힘이 느껴진다. 선진국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물질적 기부 또는 재능 기부를 여러 행사와 연결시키는 나눔의 교육을 한다. 자연스럽게 어려서부터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 남을 위한 배려, 나눔의 행복 같은 것을 배우게 된다. 이렇게 해서 다져진 기부문화는 공동체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기부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현하는 구체적이고 적절한 방법이기도 하다. 개인의 노력도 있겠지만 부와 명예는 혼자서 한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다. 알게 모르게 남으로부터, 사회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가진 자들이 기부문화 실천과 확산에 더욱 힘써야 하는 이유다.

기부는 타인을 경유해서 자신에게 돌아오는 행복이다. 기부는 주는 이와 받는 이 모두에게 감사와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고, 이는 우리가 살고있는 공동체를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점점 더 갈라지고, 부딪히고, 각박해져 가는 우리 사회를 어루만져 주고 함께 나아가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도 있을 게다. 기부문화 확산은 우리의 공동체를 진전시키는 주요한 원동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