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상, 중국 경기둔화 등 주요 2개국(G2) 리스크에 이어 저유가 장기화에 따른 산유국의 재정상황 악화가 세계경제 불안의 또 다른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13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하면서 직격탄을 맞은 산유국의 재정 악화가 오일머니 회수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불안과 실물시장 타격을 야기할 수 있어서다.
16일 국제통화기금(IMF), 스위스 금융그룹 UBS 등에 따르면 국제유가 폭락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노르웨이 등이 국부펀드 자금을 인출하면서 올해 전 세계 중앙은행·국부펀드의 자산이 지난해보다 1조2000억 달러(약 1140조원)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산유국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외 금융자산 투자를 대폭 늘려 현재 글로벌 국부펀드 중 원자재 기반 국부펀드 비중은 56.9%에 달한다.
세계 펀드시장을 좌우하는 산유국들이 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바닥 모르게 추락하는 유가 때문이다. 원자재 시장 가격 변동을 보여주는 로이터 코어 원자재(CRB) 지수는 지난 13일 184.77로 2002년 12월 이후 1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일본의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최근 보도했다. 지난 13일 뉴욕 선물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한때 배럴당 40.22달러까지 하락했다. 저유가 지속으로 세계 1위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 규모가 올해 21.6%, 내년 19.4%로 전망되는 등 재정난이 심각하다.
산유국들의 실물경기도 우려스럽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최근 “올해 걸프협력위원회(GCC) 6개 회원국 수출이 전년보다 2750억 달러 줄어들고 GDP 성장률이 올해 3.2%에서 내년에 2.7%로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대중동 수출 증가율은 2005∼2008년 25.9%였으나 올 1∼9월은 -9.0%로 급락하는 등 산유국의 성장세 둔화는 국제무역시장에도 악영향을 안겨주고 있다.
국제금융센터 강영숙 연구원은 “산유국들의 해외투자자금 회수는 금융시장 불안 등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재정적자 규모가 큰 산유국의 외환보유액 및 국부펀드 동향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기획] 세계경제 또다른 불씨 산유국 ‘재정 리스크’… 끝모를 유가하락 직격탄
입력 2015-11-16 19: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