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여당의 친박(친박근혜) 주류가 지난해 10월 직접 ‘반기문 대망론’에 불을 지핀 데 이어 최근 ‘반기문 대통령, 친박 총리’라는 시나리오까지 제기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박계는 16일 반 총장 방북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친박 일각에선 “여러 주자가 경쟁하는 구도가 정권 재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반응도 여전했지만 국회 상황을 감안하면 다시 반 총장 대망론에 힘을 주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수차례 촉구했던 노동개혁 5법과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 등의 국회 처리도 난망인데 차기 대권 구도에 집중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어서다. 특히 ‘친박의 정권연장 전략’이라는 국민적 비판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 맏형’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이원집정부제 개헌론’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도저히 정치 상식을 갖고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연말까지 처리할 문제가 굉장히 많은데 그런 문제가 왜 나오는지 이해 못 하겠다”고 했다. 한 친박 의원은 “일부 정파의 정권연장 수단으로 여겨지는 만큼 이 같은 개헌론은 앞으로 힘을 받기 어렵다”고 했다.
청와대도 말을 아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박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는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반 총장의 방북에 대해 “지금 처음 듣는 얘기”라며 “이 단계에서 제가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여야는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치면서도 공식 논평을 자제했다. 반 총장의 방북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신중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인 새누리당 심윤조 의원은 “반 총장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만난다면 동북아 평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새정치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반 총장 방북을 계기로 북핵 등 한반도 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만 했다. 하지만 반 총장 방북이 친박 일각의 개헌론과 맞물리는 데 대해 경계하는 분위기다. 박지원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현재 일부 친박에서 이야기하는 정략적, 집권 영향력을 연장하는 그런 개헌은 국민들로부터 지탄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경택 문동성 기자
정치권, 신중 모드 속 촉각 곤두… ‘반기문 방북’ 반응
입력 2015-11-16 2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