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中 미사일방어시스템 도입 백지화… 34억달러 규모 돌연 취소

입력 2015-11-16 19:29
터키가 중국의 장거리 방공 미사일 도입 계획을 돌연 취소했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구상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터키였지만 무기 문제에 있어서는 한발 빼는 모습이다.

환구시보 등 중국 언론은 외신을 인용해 터키 정부가 중국정밀기계수출입공사(CPMIEC)로부터 ‘훙치(紅旗)-9’ 미사일 시스템을 구입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고 16일 전했다. 터키는 장거리 방공 미사일 체계 구축을 위해 2013년 9월 방공 미사일 입찰 심사 결과 응찰한 CPMIEC를 우선 협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중국은 34억 달러(약 3조9800억원) 규모의 훙치 최종 수출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 왔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의 반대로 논란을 겪었다. 나토 회원국인 터키가 훙치를 도입할 경우 나토의 무기 시스템과 관련된 정보가 중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지난 7월 중국 방문을 계기로 최종 계약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중국 측의 관련 기술 이전 거부가 계약 이행에 최대 장애가 됐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그동안 나토 회원국들은 미국제나 유럽제 방공시스템을 도입할 것을 요구해 왔지만 터키는 최종적으로 자체 장거리 방공 미사일 시스템을 개발키로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주 안으로 터키 업체와 직접 계약에 서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과 터키는 지난 7월 초 터키에서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에 반대하는 반(反)중 시위가 격화되면서 한때 껄끄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밀월 관계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이번 방공 미사일 도입 계획 취소 소식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터키를 방문한 시 주석이 에르도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몇 시간 만에 흘러나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회담에서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에 적극적인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입장에서 터키는 유럽으로 가는 관문으로 일대일로에서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