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정태] 그날 신세계 주가는 왜 뛰었을까

입력 2015-11-16 18:28

국내 면세점 시장의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킨 관세청의 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보안’이었다. 지난 7월 10일 1차 면세점 사업자 발표 때 정보 사전유출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당시 발표는 주식시장이 문을 닫은 오후 5시에 이뤄졌다. 그럼에도 사업자로 선정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주가는 오전부터 급등해 상한가로 마감했다. 거래량도 전일 거래량(2만352주)의 43배가 넘는 87만5764주를 기록했다. 상한가 행진은 4거래일간 지속됐다. 6만원이던 주식은 순식간에 17만원으로 폭등했다. 정보 유출이 의심될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들의 질타까지 받으며 곤욕을 치른 관세청이 이번 2차 면세점 사업자 심사(13∼14일)에서 철통보안에 나선 건 당연하다고 하겠다. 발표일을 아예 주식시장이 열리지 않는 토요일로 잡았고, 심사 장소도 충남 천안의 외딴 곳인 관세국경관리연수원을 택했다. 심사위원들은 1박2일간 건물 한 곳에 머물렀고 식사는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휴대전화는 모두 수거했다.

한데 주식시장은 신세계와 두산이 승자라는 심사결과를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움직였다. 발표 전날인 13일 신세계 주가는 12% 급등했다. 두산은 사업자로 낙점됐다는 내용의 ‘찌라시(정보지)’가 나돌며 13% 넘게 오르다 1.98% 하락 마감했다. 반면 탈락을 예고하듯 SK네트웍스는 3% 이상 떨어지며 약세를 보였다.

뚜렷한 이상 징후는 없었지만 신세계 주가 급등과 관련해선 정보 유출을 의심할 수도 있겠다. 문제는 1차 심사 때의 정보 유출 의혹 사건을 금융 당국이 왜 뭉개고 있느냐는 것이다. 당시 심사 과정에 참여한 관세청 직원들이 휴대전화로 외부와 수백 차례 연락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한데 금융위원회가 조사에 나선 지 4개월이 지났음에도 아무런 결과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서둘러 진상이 규명돼야 심사 과정의 문제점을 고칠 수 있다. 시간만 질질 끈다고 의혹이 해소되는 게 아니다.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