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애리(38)는 KBS 예능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에서 남편인 팝핀현준과 동반 출연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그는 국악계에선 국립창극단의 간판스타로 활약해온 이름난 소리꾼이다.
지난 8월 건강과 육아 문제로 국립창극단을 그만두고 홀로서기에 나섰던 박애리가 다시 친정에 돌아왔다. 국립창극단의 신작 ‘아비, 방연’(연출 서재형, 극작 한아름)에서 창극 작창(作唱)을 처음 맡은 것이다. 작창은 전통 장단과 음계를 이용해 극의 흐름에 맞게 새로 소리(唱)를 만드는 일이다. 판소리에 통달하지 않으면 쉽게 할 수 없는 작업이다. 공연은 오는 26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서 펼쳐진다.
16일 서울 남산 국립극장에서 박애리를 만났다. 그는 “국립창극단을 떠난 지 1주일 만에 서재형-한아름 선생님으로부터 작창을 맡아달라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창극에서 가장 중요한 작창을 내가 어떻게 감히 할 수 있겠나 싶어서 처음엔 거절했다. 하지만 좋은 배움이 될 것이라는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님의 격려를 받고 마음을 바꿨다”고 밝혔다.
작창은 처음이지만 그는 ‘토끼와 거북이’ ‘월매사모가’ ‘첫날밤에 있었던 일’ 등 여러 편의 창작 판소리를 제작한 바 있다. 사실 국립창극단에서 주역으로 자주 무대에 섰던 것도 소리를 만드는 능력이 남보다 돋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신작 창극의 오디션을 볼 때마다 단원들에게 주어진 텍스트를 판소리조로 작창해 불러 연출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메디아’의 타이틀롤을 맡았던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한아름 극작가가 젊은 시절 판소리를 공부해서 그런지 ‘아비, 방연’의 텍스트 자체가 작창을 하기에 어렵지 않았다”며 “게다가 내가 만든 작창을 바탕으로 황호준 작곡가가 다시 음악을 입힐 예정이라 부담이 좀 덜했다”고 소개했다.
국악계에는 그의 국립창극단 퇴단을 아쉬워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그가 각종 방송과 행사에서 국악을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해 왔지만, 자칫 대중화라는 이름 아래 소리꾼 본령의 모습을 잃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다.
그는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으면 언제든 달려가 우리 소리를 전달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불후의 명곡’만 보더라도 항상 전통 소리와 가요를 엮은 무대를 선보여 관객에게 우리 소리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명창 성우향에게 춘향가와 심청가를, 명창 안숙선에게 수궁가를 배운 그는 그동안 미뤄놨던 흥보가와 적벽가 공부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기회가 되는 대로 완창 공연은 물론 음반 작업에도 나서기로 했다. 그는 “그동안 너무 소진만 했다. 공부를 더 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번에 작창을 했으니 창극의 해설자 역할인 도창(導唱)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인터뷰] 첫 창극 작창 맡은 ‘스타 소리꾼’ 박애리 “창극의 꽃 ‘작창’ 배우는 자세로 도전했죠”
입력 2015-11-16 18:03